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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00일’공무원사회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1.08 18:44 수정 2017.01.08 18:44

“술자리 1차로 그만”…점심 모임 증가“술자리 1차로 그만”…점심 모임 증가

"실질적인 변화보다 누군가를 만날 때 '혹시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는 심리적인 변화가 가장 큰 것 같아요."지난해 9월28일부터 시행돼 5일로 100일 째를 맞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공직사회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5일 관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이후 정부부처의 가장 큰 변화는 불필요한 접대 문화가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부처 수장인 장관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3만원'을 의식해 씀씀이가 줄어든 분위기다.법 시행 이전보다 식사 횟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3만원의 금액 제한이 생겨 1차에서 2,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는 눈에 띄게 사라졌다.또 저녁보다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임을 갖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늘었고 한산했던 서울·세종청사 구내식당은 점심시간마다 발 디딜 틈 없이 분비고 있다.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 등 정부부처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해오던 오찬간담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찬은 고가의 한정식집 보다 칼국수나 백반집 등 가격이 저렴한 식사장소에서 진행되고 있다.고용노동부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10월 한달간 장관의 업무추진비가 15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지출한 503만원에서 3배이상 줄었다.올해 예산안에서도 고용부의 전체 업무추진비 42억9000만원중 3억8000만원을 감액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예산 절감 등이 이유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식사, 선물 등의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다.고용부의 일선 공무원들도 다른 부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고용부는 6개 지방청과 40개 지청 등 47개 지방관서에서 근로감독관들이 근무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감독과 위법행위를 감시하기 때문에 업무 특성상 민원처리 사건이 많고 근로자나 사업주 등 민간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일부 근로감독관은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겸해 민원인과 접촉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법 시행후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사무실이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남을 갖는 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관님을 비롯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불가피하게 저녁에 식사를 하더라도 비용 '3만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며 "근로감독관들은 처리해야할 민원 사건도 많고 현장 감독을 나갈 경우 민원인과 접촉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김영란법 때문에 업무활동이 위축되거나 시행 전후로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간혹 지인이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곤혹스럽게 받아오던 청탁도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쉽게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일하기에는 부담을 덜 수 있어 편하다는 평가다.복지부 관계자는 "지인들을 통해 쏟아지던 각종 병원 관련 민원도 이제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업무 협의차 산하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서로 오가던 '선물 관행'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인식으로 전환돼 기관 방문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호의적인 반응이다.그러나 일부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국정농단 사태는 김영란법 취지를 퇴색시켜 안타깝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이번 정권에서 그나마 좋은 평가가 나온 게 김영란법 시행인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마저도 취지가 흐려졌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직접 부탁할 정도로 법 통과에 공을 들이면서 뒤에서는 최순실씨 관련 청탁을 성사시키려 했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공무원은 "김영란법은 아이러니하다"면서 "부정부패, 청탁관행을 뿌리뽑자며 제정한 법인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나올 정도로 그 뿌리도 깊다"고 탄식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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