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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환절기,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때

윤기영 기자 입력 2021.11.15 14:19 수정 2022.10.21 11:05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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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찌는 듯한 더위를 뒤로하고 선선함을 만끽하며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급격한 기온 변화는 우리의 몸에 부담을 준다. 신체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 과정에서 몸속 장기의 부담은 증가하고 반대로 면역력은 약해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세포와 장기의 회복력은 떨어지고 면역력의 변화도 쉽게 일어나게 되어 시니어들은 환절기에 더욱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에는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갑상선호르몬 분비량을 줄이는 등 열 생산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몸이 적응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복귀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환절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일교차가 심해지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피로해지고 저항 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잘 걸리게 된다. 게다가 건조해진 날씨와 먼지 등 원인 물질의 증가는 호흡기계의 방어 능력을 더 무너뜨리게 된다.

단순히 감기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호흡기질환인 폐렴과 독감도 일으킨다. 지난 2014~2018년 폐렴 환자 발생 추이를 조사한 국민건강 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12월(11.8%)과 11월(10.5%)에 폐렴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폐렴은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중 하나다. 면역력이 떨어진 어르신이 폐렴에 걸리면 폐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흉막염, 전신에 염증이 퍼지는 패혈증, 호흡곤란증후군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잘 생기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게다가 어르신들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폐렴에 걸려도 기침·가래·열같은 폐렴의 일반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20~30%나 되다 보니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다. 따라서 어르신이 갑작스레 무기력해지거나 식욕감소, 의식이 반복해서 흐려지면서 미열·기침·가래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간혹 고령이지만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활동도 많이 하시던 분이 갑작스레 뇌졸중이나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더위도 한풀 꺾기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환절기가 자칫하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워 의식적으로 따뜻한 옷이나 목도리, 모자를 잘 갖추기 마련이지만 한낮 온도가 높이 올라가 때로는 덥게 느껴지기도 하는 환절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새벽이나 저녁 추위에 방심하게 된다.

우리 몸에서 심장과 혈관은 일교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분 중 하나로, 심장의 혈관인 관상동맥은 외부 기온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심장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균형도 기온 변화에 따라 자주 일그러지는 데다 과도하게 심장이 수축하게 되면 심정지나 심장마비가 오면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뇌혈관도 마찬가지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혈압이 높아지고 동맥수축을 자극해 혈소판 수, 혈액 점도, 혈액 응고를 증가시켜 뇌졸중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급성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생 추이를 보면 두 질환 모두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 달은 다름 아닌 10월이었다. 따라서 심한 일교차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활동을 조심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가슴통증 등 갑작스러운 몸의 신호가 있을 때는 간과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되면 위치와 범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편측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다. 갑작스럽게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거나, 얼굴 모양이 확연히 달라졌거나, 어눌한 발음 등의 언어장애, 망치로 때리는 듯한 두통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환절기에 유행하는 질병 중에는 갑작스러운 발열과 몸살, 오한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해 무심코 지나쳐버리다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병들이 있다. 특히 이들 질병은 9∼11월 추수기와 성묘 및 야외 나들이 때 연중 최고 감염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염된 뒤 열흘 정도가 지나면 고열이 나고 림프샘이 붓고 두통, 피로감, 근육통이 생기며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하는 ‘쯔쯔가무시병’이나 쥐의 배설물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와 피부, 입 등으로 침투해서 감염되는 ‘유행성 출혈열’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 감염된 동물의 배설물로 인해서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몸에 열이 나면 코로나19나 감기뿐 아니라 가을철 열성질환의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두고 증상이 있을 때는 꼭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항상 건강한 전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와 호흡기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또 항상 과로를 피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절기에 인후두와 기관지 등 점막이 건조해지면 감기 바이러스와 세균의 침투가 더 쉬워지므로 따뜻한 물과 음료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반드시 폐렴구균 및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아서 폐렴과 독감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 급격한 기온 변화를 조심하는 것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너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실외운동은 자제하고 기온이 좀 더 오르는 시간대로 활동시간을 옮기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하는 경우에는 외출 전에 미리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주고, 얇은 옷을 여러 겹 착용해 체온 변화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평상시에 금연, 절주 등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가을철 열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로 나갈 때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들판을 피하고 아무 데서나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 야외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긴팔 옷, 보호 장갑, 장화 등을 잘 착용해야 하며 진드기 기피제 사용은 필수다.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낙엽들, 쾌청한 가을 하늘,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모습. 한국의 가을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르신 모두가 환절기 질병으로 힘든 가을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는 건강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0월호 발췌
글 :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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