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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원인을 찾아라!

윤기영 기자 입력 2021.11.23 14:34 수정 2022.10.21 14:21

강병철 울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어지럼증은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고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괜찮아지고 앉았다 일어설 때 핑 도는 느낌이 들때가 있지만 순간적인 증상이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자주 반복되거나 만성화되어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경우도 많고, 다른 질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어지럼증은 ‘빙빙 돈다’, ‘휘청거린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증상을 표현한다. 다양한 표현만큼 유발하는 원인도 여러 가지이지만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귀, 뇌 그리고 기타 원인이다.

귀는 듣는 기능을 하는 감각기관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이 더 있다. 바로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 이는 전정기관에서 담당하며, 전정기관이나 그 주변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많게는 80%를 차지할 정도로 귀의 이상은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또 뇌출혈이나 뇌졸중 혹은 종양성 질환에 의해서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뇌졸중의 주증상 혹은 유일한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어지럼증은 귀로 인한 어지럼증과는 좀 차이가 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발음장애나 시야 장애가 동반된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일어서거나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럽기도 한데 보통 이 증상을 기립성저혈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으면 하체로 혈액이 몰리게 된다. 자율신경계 조절 반응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 갑자기 일어나면서 심장과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며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고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럼증을 겪게 된다. 기립성저혈압은 쓰러지면서 사물에 부딪히는 등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치료해야 한다.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인 귀질환
-이석증
이석증의 증상인 어지럼증은 ‘속귀’라고도 부르는 귀의 깊은 곳인 내이의 반고리관이라는 구조물 내부에 이석이라는 물질이 흘러 다녀서 발생한다. 이석은 정상적으로 반고리관 주변에 있는 이석기관에 위치해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속에서 흘러 다니거나 붙어 있게 되면, 자세를 느끼는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주위가 돌아가는 듯한 증상이 생긴다.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며, 종종 외상이나 혈액순환 문제, 골밀도 감소, 바이러스 감염,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이석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석증은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고 40~50대 이후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은 머리의 움직임과 큰 관련이 있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때 어지럼증이 잘 발생하고 고개를 돌릴 때 생기기도 한다. 어지럼증이 있는 동안에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일어서지 못하거나 쓰러질 수 있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동안 메스꺼운 증상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구토를 하기도 하고 증상이 멈춘 후에도 머리가 무겁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한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시간은 짧아서 대부분 수초에서 5분 이내다.

이석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수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위험한 어지럼증과 구별해야 하며, 오래 지속되면 어지럼증에 대한 부적절한 반응으로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빨리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어지럼증이 즉시 좋아지므로 적절한 시기에 진찰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석증 치료법으로 이석 치환술이 있다. 고개의 위치를 바꿔가며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의 위치(전정기관)로 옮기는 치료법이다. 증상을 일으키는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이석 치환술의 방법이 달라지므로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경험이 많은 이비인후과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메니에르병
내이 안에는 림프액이 흐르고 있으며 이 흐름은 청각 전달과 평형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니에르병은 림프액 흐름에 문제가 생겨 내림프관이 부어올라 발생하므로 내림프관 수종이라고도 한다. 부어오른 관으로 인해 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메니에르병 증상이 나타난다. 내림프관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식이, 수면, 호르몬, 스트레스 등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메니에르병의 주된 증상으로는 반복적인 어지러움과 변동성 청력 저하, 귀 울림, 귓속의 먹먹함이다.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 및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어지럼증은 특별한 조짐 없이 발생하며, 그 정도와 지속 시간도 다양해 20분에서 하루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하고 자주 반복되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메니에르병 환자 중에는 정상 생활이 가능한 사람부터 증상이 너무 심해서 약물을 투여해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심하지 않은 메니에르병은 생활 습관 관리와 약물치료로 환자 10명 중 8~9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병을 조절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 급성기에는 진정제나 항구토제 등을 사용하며, 예방과 악화 방지를 위해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등을 사용한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내림프관의 압력을 낮추는 수술을 하거나 고막 안에 약물을 주입해 내이의 평형기능을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수술은 다른 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 어지럼증을 호전시키기 위해 선택하게 된다.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염은 평형기능을 갑자기 상실하는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액순환 문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증상이 발생하기 수일에서 수주 전에 상기도 감염 병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건강한 사람도 몸이 피곤하거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면 전정신경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급성기에는 자세 불균형, 주변이나 자신이 회전하는 느낌, 걸을때 비틀거림이나 병변 측으로의 쏠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구역, 구토를 흔히 동반한다. 처음 겪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구역, 구토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전정억제제와 항구토제 등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며칠이 지나 증상이 완화되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전정 재활운동을 시작해 균형을 잃은 전정기능에 대한 보상작용이 잘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럽다고 누워만 있고 움직이지 않으면 보상작용이 더디게 진행되므로 심한 급성기를 넘겨 넘어질 위험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전정신경의 기능 저하 정도와 적극적인 재활운동이 회복 정도와 기간을 결정한다.


◇ 어지럼증 원인 찾아 전문적인 치료해야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우선 눈을 감고 한 발을 들고 서는 균형 맞추기를 해보자. 귀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어 생기는 어지럼증이라면 균형 맞추기가 어려워 쉽게 넘어진다. 두 번째는 ‘코 치기’다. 어지럼증을 겪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정확히 짚을 수 없고 계속 빗나간다면 뇌에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발생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면 극심한 고통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심하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어지럼증에 과도한 불안을 느끼거나 가볍게 넘기지 말고 원인 질환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에 관한 의학 상식

■ 달팽이관이 어지럼증의 주원인일까?
흔히 어지럼증을 경험한 환자들이 ‘달팽이가 빠졌다’며 내원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귀가 하는 두 가지 역할 중 달팽이관은 청각, 즉 듣는 기능을 하고, 어지럼증은 그 옆의 반고리관 등 평형기관에서 일어나는 증상으로, 작은 칼슘 덩어리가 빠져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조각을 이석이라고 하고 이석이 제 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 어지럼증이 생긴다. 자세에 따른 어지럼증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달팽이관이 어지럼증의 주원인일까?

■ 어지럼이 심할수록 중병이다?
이석증이 생긴 경우 세상이 다 빙빙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을 호소하고, 전정신경염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이 두 질환은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위험한 질환은 아니다. 오히려 어지럼증은 심하지 않아도 뇌에 이상이 있거나 전정신경초종 같은 종양이 발견되기도 한다.

■ 만성 어지럼증은 완치되기 힘들다?
어지럼증은 완치가 어렵다며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은 한두 번의 진료로 완치되기도 한다. 만성적인 어지럼증도 사람마다 문제의 양상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 전정 재활운동 치료를 시행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0월호 발췌
글 : 강병철 울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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