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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검찰 혼란 ‘검사들 사기저하’

워싱턴 = AP/뉴 기자 입력 2017.03.13 16:08 수정 2017.03.13 16:08

세션스 법무, 갑작스런 연방검사 무더기 해고세션스 법무, 갑작스런 연방검사 무더기 해고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오바마가 임명했던 46명의 연방검사에 대해 갑자기 일괄 사표제출을 명령하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이들과 전화 회의를 하면서 격려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10일 갑작스럽게 180도 돌변해 사표를 받는 바람에 미 연방 검사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브리핑을 할 시간도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없어 혼란에 빠졌다. 이는 인사공백을 메꿔야 할 남아있는 실무검사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번 인사를 지켜본 한 소식통이 말했다. 수십 명 검사의 조기 퇴진으로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연방검찰은 후계자를 지명할 때까지의 기간 중에 퇴임자를 대리할 검사들을 준비시킬 시간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46명의 연방검사에 대해 사임을 요구한 것 자체는 그리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미 연방검사 93명은 일단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직을 떠나는 것이 비교적 관례처럼 되어 있으며 이미 이직했거나 사임계획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세션스 장관도 1993년 재닛 리노 법무장관에게 비슷한 사임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량해고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수년간의 노고에 대한 통상적인 감사의 인사말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것 때문에 전국 연방지검에 남아있는 검사들까지도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전임 검사들과 친지, 동료들이 당장에 위로와 지원, 이번 일로 느끼는 부당하고 억울한 감정에 대한 동정을 표하는 이메일 망을 결성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10일 해외 출장 중에 갑자기 사직 통고를 받은 한 연방검사는 자기 사무실 동료들에게 긴급 이메일을 날려 작별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메일 망에 포함된 노스다코타 연방지검의 전임 검사 팀 퍼든은 말했다. 이번에 쫒겨난 검사들 중에는 법무부의 말단에서 시작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연방검사로 봉직해온 원로들도 포함되어 있다. 위스콘신 서부지검의 존 보드뢰이유 검사는 1980년부터 근무해서 주 법무차관으로 일하고 있었고 뉴욕 북구 지검의 리차드 하튜니안 검사도 1990년대부터 근속해왔다. 지난 해 7월 사임한 콜로라도 연방지검의 오바마 시대 임명검사 존 월시는 " 미국의 연방검사들은 모두 대통령의 의지에 좌우되면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번 해임은 검사들에 대해 너무 무례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무 잘못도 저지른 게 없는데도 마치 큰 비리라도 저질러 쫒겨나는 것처럼 취급했다"고 비난했다. 2009년부터 로드 아일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일해온 패터 네로나 검사는 자신은 사임권고를 받은 10일 이전부터 퇴임식을 준비하면서 퇴임 연설문도 써두었다고 말했다. 남은 수명이 제한되어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열성을 다 해 그동안 맡고 있던 큰 공직부패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었고 법대생들에게 마약중독의 위험에 대해 강연을 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그는 "어차피 나가는 것이라면 24시간 전에 통보하든, 2주 또는 2개월 전 통보를 하든 상관없다. 대통령이 바뀌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번처럼 느닷없이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법무부가 왜 검사들에게 그처럼 급하게 나가달라고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세션스 장관은 8일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전화 화상회의에서도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변화에 대비해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달라"는 요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네로나 검사는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을 요청한 적도 있었던 맨해튼의 저명한 부패사건 전문 검사 프리트 바라라 검사가 사표제출을 거부하고 파면당한 이후 전국적인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었지만, 트럼프는 사표제출 요구 이전에 직접 그와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비서관을 통해 10일 사임요구 전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라 검사의 근무에 대해 감사하고 행운을 빌어주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법무부는 10일 일괄사표 제출 요구 후 현재 법무차관보로 일하고 있는 다나 보엔테검사와 메릴랜드 지검의 로드 로센스테인 검사의 사표는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소속 엘리자 커밍스(민주·메릴랜드주)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12일 성명을 발표, 트럼프가 금융비리와 부패사건 해결의 명 검사인 바라라를 파면한 것은 앞으로 있을 비리와 부패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면서 이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해주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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