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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 설립자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4.04 16:22 수정 2017.04.04 16:22

트럼프-푸틴 ‘비밀창구 개설’ 의혹트럼프-푸틴 ‘비밀창구 개설’ 의혹

미국의 민간군사업체(PMC) '블랙워터'의 설립자가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비밀창구를 개설하려 시도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유럽, 아랍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블랙워터 설립자 에릭 프린스(48)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9일 앞둔 지난 1월11일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비밀리에 만났다고 보도했다.익명을 요청한 한 미국 관료에 따르면 프린스와 러시아 관계자의 만남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캠프의 러 내통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중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FBI 측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인도양 서부 세이셸공화국에서 이틀간 이뤄진 이 만남은 UAE가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는 2011년 UAE에서 800명 규모의 용병부대를 설립하면서 UAE 측과 관계를 이어왔다. '전쟁주식회사'로 불리기도 하는 블랙워터는 2007년 이라크전 도중 민간인을 상대로 한 폭력과 학살로 악명을 떨친 세계 최대 용병회사다. 2007년 이라크에서 비무장 민간인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고 폭탄을 터트려 사망자 14명, 부상자 17명을 초래했던 일명 '블랙워터 학살사건'은 이라크에서 벌어진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지 W 부시 당시 행정부 하의 국방부는 블랙워터를 이라크에서 퇴출시켰으며, 지난 2015년 미 법원은 블랙워터 직원 4명에게 종신형 및 30년 형을 선고한 바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프린스와 UAE 관계는 단순한 사업에서 정치적 관계로 변형됐다. 한 소식통은 프린스가 UAE 고위 관료들에게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사절로 칭하며 러시아 관계자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WP에 러시아 측 관계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다른 아랍 관료 소식통은 UAE 아부다비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왕자가 트럼프와 푸틴의 비밀소통 채널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프린스가 참석한 세이셸공화국 회동을 주선했다고 전했다. 자예드 왕자가 당시 프린스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대리인'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프린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25만 달러(약 2억7955만원)를 트럼프 슈퍼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하는 등 트럼프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프린스는 벳시 디보스(59) 교육장관의 남동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과도 친밀한 관계다. 디보스와 배넌이 트럼프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사람이란 점에서, 프린스가 이들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은 트럼프와도 가까운 사이란 의미일 수 있다. 프린스는 배넌이 공동설립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에 여러차례 단독인터뷰를 허용한 적 있다. 또 지난해 말 정권 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WP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악명 높은 블랙워터의 설립자인 프린스를 공식적으로 고용할 수는 없었겠지만, 은밀한 사업에 능한 프린스를 최적의 중재인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런가하면, 블랙워터-러시아 비밀회동이 이뤄진 시점도 눈길을 끈다. 세이셸공화국 비밀회동이 있기 약 2주 전 자예드 왕자는 미국 뉴욕을 방문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지만 결국 러 내통의혹에 사임한 마이클 플린과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등과 만남을 가졌다.외교 의례를 어기고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미국 방문을 미리 알리지 않은 자예드는 쿠슈너 및 배넌과의 만남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예드 왕자가 미국을 방문한 사실은 탑승자 명부를 통해서야 뒤늦게 공개됐다.한편 블랙워터와 백악관 측은 세이셸 비밀회동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그 어떤 만남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며 "에릭 프린스는 정권인수위원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프린스의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에릭은 정권인수위원회에 아무런 역할을 맡지 않았다. 이번 소식은 완전한 허위"라며 "(세이셸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과 무관하다. 정보기관들이 왜 미국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테러범들을 사냥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세이셸공화국 측도 프린스의 러시아 회동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세이셸 배리 파우레 외교장관은 "실제로 비밀회동이 있었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며 "세이셸은 사람들이 언론의 눈을 피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번에는 뭔가 냄새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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