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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회

포항, 고려시대 흥해읍성서 垓字(해자)·雉(치)발견

차동욱 기자 입력 2022.06.26 10:05 수정 2022.06.26 15:05

도로 공사 현장, 100년 전 기록 일치 형태 발견
'원형 그대로 노출 가치 높다', '현지 보존' 주장
구도심 개발 의지는 '제동', 문화재청 심의 '촉각'

↑↑ 지난 23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도시계획도로 공사현장. 원형에 가까운 흥해읍성 해자와 치 등이 발견됐다. <포항시 제공>

포항의 한 공사현장에서 지난 23일 원형에 가까운 흥해읍성 해자와 치 등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포항시는 포항지진 진앙지인 흥해읍 일대에 흥해특별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읍성테마로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일민속박물관 옆으로 6억 원을 투입해 왕복 4차로 공사를 진행, 일대 교통 편의를 증진시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흥해읍성 해자와 치, 우물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사가 멈춰 섰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이고, 치는 성곽의 돌출된 부분으로 누각을 짓거나 포를 배치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흥해군읍지(1988)기록에 따르면, 흥해읍성은 고려 현종 때 흥해읍 성내리에 쌓은 둘레 1493척, 높이가 13척인 성곽이다. 현재로 따지면 둘레 450m, 높이 4m 정도. 흥해읍성 내에 우물이 3곳 있었고, 남북에 문이 각각 있었다.

토성으로 지어진 흥해읍성은 고려 공양왕 시절 석성으로 개축돼 조선시대까지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이 포항 축항공사에 돌을 사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성벽을 모두 헐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흥해군읍지 기록과 일치한 모습으로 흥해읍성이 수 십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문화재 관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원형 그대로 노출되면서 학술적 가치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장문화재를 형태 그대로 온전히 보존하는 '현지 보존'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3일 오후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흔적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포항시는 난처한 입장이다. 시는 도시계획도로 개통과 함께 흥해 구도심인 '흥해로타리'일대 지중화사업 등 개발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첫 단추부터 문화재에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시는 오는 7월 3일까지 진행되는 문화재 조사 이후 7월 말 문화재심의위원회와 문화재청의 최종 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기회에 흥해읍성 원형 복원사업을 추진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흥해읍성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결국 주민 편의와 문화재 가치에 대한 부분인데,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주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주민과 소통하면서 문화재청의 심의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고 전했다. 차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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