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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도시바 인수전 ‘시계제로’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5.18 15:51 수정 2017.05.18 15:51

SK하이닉스,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반전’ 이뤄내나SK하이닉스,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반전’ 이뤄내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연합전선 구축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고 본입찰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베인캐피털은 운용자산이 750억 달러(약 90조원) 이상이고 일본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스카이락, 일본 도미노피자, 일본 풍력개발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을 재무적투자자(FI)로 끼고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다.우선 가장 큰 변수는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입장 정리다. 도시바와 함께 일본 욧카이치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은 독점 교섭할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양사간 합작계약을 근거로 '독점 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샌디스크는 일방이 다른 쪽의 승인을 구하지 않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독점교섭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샌디스크를 사들인 도시바가 이같은 권리를 계승했다는 입장이다.이에 웨스턴디지털 측은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둘러싼 분쟁을 국제중재재판소로 가져갔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분쟁처리기관인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한 것. 당초 본입찰은 오는 19일로 예정됐지만 웨스턴디지털의 분쟁 조정 신청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이 매각방해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합작공장에서 웨스턴디지털 소속 기술자를 쫓아내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이에 업계에서는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짬뽕밥'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도시바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알짜 사업인 메모리 사업부를 팔아야 하고, 일본 정부는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의 우려로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을 불러올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커넥티트기기 등에서 기본 축이 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각할 때 올림푸스가 가진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외환·대외 무역법'으로 인수전에 개입하기도 했다.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웨스턴디지털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 또 일본 민간기업을 끌어들이는 것도 국면을 더 유리하게 해줄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손잡은 '미일연합'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민관펀드의 자금이 도시바가 원하는 수준까지 모이지 않은 까닭이다.이에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KKR, 산업혁신기구, 웨스턴디지털이 함께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기업이 인수하게 되면 서로간의 견제로 인해 도시바의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깜짝 놀랄 뉴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도시바 인수전에서 밀리고 있다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언급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도시바를 직접 찾아가 독점 교섭권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제시한 것이 지난 10일로 시점이 미묘하다. 박 사장은 "미국으로 오기 직전 일본을 방문해 현지 분위기를 점검했다"고 밝혀 일본을 거쳐 미국을 갔다고 했다. 박 사장이 미국에 있었던 시점은 한국 시간으로 12일이다. 이틀의 시간 간격이 있었던 셈이다.일본에서 캘리포니아주로 가는 비행시간이 12시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밀리건 대표가 머물고 있었을 일본에 박 사장도 있었고, 도시바 관계자를 포함한 회동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정도 할 수 있다.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박성욱 부회장과 함께 SK그룹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그는 SK하이닉스 등기이사도 겸하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너무 많아 인수전에 참가하고 있는 업체들이 언제 손을 잡고 또 뒤돌아설지 모른다"며 "수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에 적도 아군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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