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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이기느냐 못 이기느냐’

뉴스1 기자 입력 2017.08.30 16:59 수정 2017.08.30 16:59

오늘밤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오늘밤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으레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는 '관전 포인트'라는 표현과 함께 팬들이 보다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돕는 길라잡이용 보도들이 쏟아진다. 전술도 짚어보고, 주목할 선수도 거론하면서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식의 팁이 제공되는데, 다가오는 이란과의 대결은 상황이 다르다. 포인트는 딱 하나 밖에 없다. '운명'이라는 진부한 단어가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는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축구대표팀이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한판 승부다. 언급했듯 9차전이다. 최종예선 일정은 10차전까지 진행됐다. 일정의 80%가 소화된 시점인데, 아직까지 한국은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8차전까지의 성적은 4승1무3패 승점 13으로 A조 2위. 직행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2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속사정은 위태롭다. 1위는 물 건너 갔다. 이미 이란이 6승2무 승점 20점으로 A조 선두를 확정했다. 이제 한국에게 주어진 조건은 2위를 지키느냐 3위로 떨어지느냐인데, 추격자가 턱밑에 있다. 3위 우즈베키스탄의 성적은 4승4패 승점 12점.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자리가 바뀔 수 있다. 늘 최종예선은 힘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과 이란전이 열리는 같은 시간에 우즈베키스탄이 중국과의 원정길에 오르고 그 경기에서 중국이 우즈벡을 잡아준다면 한국으로서는 고민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결과'만 생각해야한다. 신태용 감독이 경기 시간을 저녁 9시로 늦춘 것 역시 이란전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설령 중국이 우즈벡을 이겨도 한국이 이란을 꺾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란을 이겨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9차전에서 마무리해야하는 까닭이다. 한국의 최종 10차전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벡과 우즈벡에서 싸워야한다. 한국이 9차전에서 본선행을 확정짓지 못한다는 것은 우즈벡의 진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한국은 우즈벡 국민의 염원이 가득할 호랑이굴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쳐야한다. 한국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A매치 출전 회수를 말하는 경험이 아니다. '패하면 월드컵에 떨어진다' 정도의 극한 조건에서 뛰어본 선수들을 말한다. 짐작할 수도 없는 중압감을 어깨에 얹은 채 상대 진영에서 싸워야한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떨리는 게 당연하다. 가능하면 중국의 도움을 받아 9차전에서 끝내야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즈벡보다 승점이 앞선 상황에서 10차전을 치러야한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차치하고, 한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인의 축구 대잔치에 초대된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8번 연속 빠짐없이 출전했다. 그 속에서 한국 축구는 여러모로 발전했다. 멕시코 대회에 나갈 때만해도 상대팀 선수들조차 파악하지 못하던 한국이 월드컵 출전과 함께 성장하면서 어느덧 세계 축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랬던 성장이 '멈춤' 위기에 놓였다. 잠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전진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으나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제자리걸음은 도태의 다른 말이다. 게다 한 번만 쉬고 다음 월드컵에 다시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올라가긴 어려워도 추락은 순간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그래도 설마 떨어지겠어"라는 믿음을 보일 정도로 한국에게 월드컵 출전은 당연시 돼 왔다. 아무도 떨어졌을 때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한다. 큰 위기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란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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