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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회

‘마지막 할머니’업어 구조 직후 뒷산 ‘와르르’

김승건 기자 입력 2024.07.14 15:14 수정 2024.07.14 15:14

영양 금학리 마을이장 ‘맨발 투혼’

↑↑ 8일 오후 영양 입암 금학리 한 주택에서 주민 이명섭(73) 씨가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진 토사에 갇힌 이웃집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지난 8일 오후 4시 경 영양 입암 금학리 마을에는 10분 만에 42mm 폭우가 쏟아지는 물 폭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전 날 오후부터 200mm가량 비가 쏟아진 후 더불어 쏟아진 폭우에 마을 이장 A씨와 자율방재단 단장B 씨는 산사태를 직감해 마을주민에게 전화와 방송으로 대피하라 했지만, 거센 빗소리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미 전 날부터 내린 폭우를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낙석, 유실 등으로 구조대도 현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직접 구조 활동에 뛰어들었고, 마을은 40가구 57명 주민이 산 아래 띄엄띄엄 거주하고 있어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마을회관은 순식간에 무릎높이까지 침수되며 A이장과 B단장은 지대가 높은 자기 집과 마을 부녀회장 집으로 거동이 불편해 고립된 어르신을 업고 이동시켰다.

이들의 사투로 고립됐던 어르신 16명을 1시간 만에 대피시키고 마지막 할머니 한 분을 업고 대피하던 순간 마을 뒷산에서 큰 바위들과 뽑힌 나무, 흙탕물 등이 쏟아지며 어르신이 살던 집들을 그대로 관통했다.

A이장은 "평소에 가깝던 30미터 거리에 있는 80대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 뻘 밭으로 변해 얼마나 멀게 느껴지던지 찰나의 순간 집들이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 재산 피해는 컸지만,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B단장은 "정전이 되며 암흑 속에서 토사와 흙탕물을 헤치고 구조를 기다리는 이웃만 생각하며 달렸다. 하루빨리 복구해 어르신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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