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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엔트로피 법칙' 나의 등불은 끄지마라

김경태 기자 입력 2025.04.06 11:46 수정 2025.04.06 13:15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엔트로피(Entropy)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무질서도' 또는 '불확실성'의 척도를 말한다. 열역학에서는 계(system)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균일해지고 무질서해지는 경향을 수치로 나타내며 정보이론에서는 데이터나 사건의 예측 불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엔드로피 개념을 정보이론에 도입하여 정보 엔드로피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를 섀넌 엔드로피라고도 한다.

이는 정보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한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의 예측 불가능성을 측정하는데 사용됐다. 모든 시스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생물은 질서 정연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며 우주 전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시스템 내부의 질서를 위해 외부 환경에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과정도 앤트로피가 증가하고 정돈해 놓은 방이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어지럽혀지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탄소와 폐기물을 배출해 지구가 오염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현상은 물리나 화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보의 유통이나 시장에서도 일어난다. 문명의 발달 과정과 인간의 삶의 현장에도 증가하는 엔트로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나 사회도 처음에는 질서가 유지되다가 시간이 흐를 수록 무질서가 증대하게 된다. 우주의 기본 법칙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연히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국가와 사회도 처음에는 강력한 목적을 위해 질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질서는 약해지고 외부의 자극이 사라지면 내부의 갈등이 일어난다.

전쟁 같은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내부에는 강력한 단결과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서로 신뢰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강한 의지를 공유한다. 위협이 사라지면 단결 유지 에너지는 감소하고 자연스레 무질서가 증가한다. 인간의 삶에도 적용되는 이 법칙을 유념해야 한다. 인간이 특정한 목표를 세우면 그를 이루기 위한 역량과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거나 외부의 압력이 소멸되면 무질서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속적인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 설정과 지속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질서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우주의 법칙이 무질서 상황을 자연히 받아드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목표 설정을 하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우주의 법칙이 무질서를 원하기 때문에 그 법칙을 거스리기를 계속해야 한다. 흐트러짐과 불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위기가 아닌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 드려야 한다. 창세기 1장에는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위에 있고- -" 라고 하였다. 이 혼돈에서 창조가 시작되었다. 혼돈이 질서의 근원이니 혼돈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해야 한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 아래서 그 어떤 생물보다 많은 진보를 이루었다. 실존 현장의 인간을 보면 깜깜한 흑암 속에서 작은 이성의 등불을 들고 고독한 행진을 하고 있다. 존재의 주변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차 있을 뿐이다. 나를 삼킬 듯이 밀려오는 무질서와 불확실성, 혼란과 흑암을 물리치고 질서와 확실, 정리와 광명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상실된 정치를 찾고 강탈된 법리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실종된 나를 복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단에 묶이고 세력에 잡혀서 무의식과 비이성에 빠진체 소중한 자아를 상실한 사람이 너무 많다. 마비된 지성과 중독된 양심에서 유발되는 공해가 사회적 엔트로피를 극대화시킨다. 헌재에서 반대 세력과 싸우던 대통령도 패하고 말았다. 찬란한 절정을 자랑하던 벚꽃도 떨어지고 있다. 이 엔트로피의 흑암속에서 나의 등불을 켜야 한다. 그래도 불확실의 안개속으로 죽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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