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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노견봉양 (老犬奉養)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2.05 15:27 수정 2017.12.05 15:27

애견가(愛犬家)도 크게 두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무조건적 정서적 애견과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 애견가가 있다. 내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내가 처음 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71년 10월 하순 도둑이 집에 들어 빈집을 털고 나서 부터나. 나른한 오후의 교사에게 경찰서에서 걸려온 우리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통고를 받고 정신이 아찔했다. 나의 보금자리를 노리는 괴한이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을 더했다. 그래서 도둑을 막기 위한 방범비상장치로 곧바로 개를 기르게 됐다. 그러구러 우리집에 개를 키운 것이, 만 46년이 넘었다. 키운 개가 백여마리나, 그중에 단연 뛰어난 개가 산적이다. 산적이는 바로 이웃집에서 키우던 개가 낳은 강아지였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 형제 중 예쁘고 눈이 맑아 보여, 우리집에서 잽싸게 스카웃 해왔다. 산적이는 수캐로서 흰바탕에 검은 점이 있어, 흰빛깔 덕분에 여름에 햇빛을 반사하여 시원하고 겨울에는 검은 점이 있어, 햇빛을 빨아들여 덜 추운 수륙양용의 편리한 구조였다. 산적이는 생김새가 준수하여 우리집 식구들, 애 어른할 것 없이 산적이를 애지중지 했다. 산적이는 뛰어난 음악견(音樂犬)이었다. 라디오나 TV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면 제법 그럴싸했다. 음악견 산적이가 신통한 것은 노래 같잖은 저속한 대중가요에는 전혀 반응이 없고, 감동 깊은 세계명곡이 흘러나오면 짐짓 성악가 같은 포즈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어느 날인가 TV에서 이국견공(犬公)음악콩쿠르에서 2등 먹은 개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우리집 산적이에게 비하면 한수 낮은 하수(下手)였다. 산적이는 강아지 시절에도 재동(才童)이었다. 집사람 (아내) 이 이웃집에 놀러 가면, 강아지 산적이가 안주인신을 물고 집에 갖다놓아 신이 사라졌다고 소동을 벌이다 집에 돌아오면 안방 앞에 아내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캐 산적이는 골목대장이었다. 우리 마을엔 산적이 닮은 강아지가 많아, 우리집 강아지도 아닌데 산적이 새끼라고 , 처음 보는 강아지를 우리 집에 대려다주는 우스운 일들이 자주 생겼다. 머리 좋고 목청 좋은 산적이는, 2003년6월24일 14시30분, 향년 12년 2개월로, 나무의 수호신이 되었다. 지금 키우는 차돌이는 산적이의 2세로서 산적이를 너무 닮아 영리한 산적이가 변고가 생기면 허전함을 달래기위해, 특별히 배려하여, 차돌이는 남의 집에 주지 않고, 우리 집에서 기르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 차돌이도 아비 산적이를 닮아 음악이 흘러나오면 반응을 보이지만 산적이와는 게임이 안된다. 차돌이는 어려서부터, 사냥개의 후예로서 용맹성과, 미적 감각이 각별히 뛰어났다. 차돌이가 어린 강아지 시절에, 하룻밤에 쥐새끼 열두 마리를 잡아, 마당에 가지런히 진열해 놨다.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정렬을 해 놨다. 1.2.1 사태때, 무장공비 시체전시와 방불했다. 2002년 10월 28일에 태어난 차돌이는 올해 2017년 10월28일로 개의 최고수한인 15세를 넘겼다. 차돌이를 사람으로 치면, 90세 넘긴 상늙은이라 이가 부실하다. 나는 차돌이 먹기 쉽게 개먹이를 잘게 썰어준다. 개먹이를 한꺼번에 여러 가지 주지 않고, 한 가지를 다 먹으면, 다음 먹이를 주면 개밥을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 개를 키우는 데도 정성을 지극히 기울여야 한다. 양견(養犬)에 들이는 정성을 부모님 봉양에 도입하면 틀림없이 출천대효(出天大孝)란 칭송을 듣게 되리라. 이 땅의 정객(政客)들도 양견인(養犬人)이 개 돌보는 만큼만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다면 국민행복순위가 지구상에서 확실하게 1등이 될 것이다. 배반을 일삼는 어떤 사람들보다, 주인을 배신 할 줄 모르는 개가 거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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