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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물고기의 길 ‘어도’를 살려야 하는 이유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2.20 13:27 수정 2017.12.20 13:27

199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거센 물살을 헤치며 회귀하는 연어무리의 신비한 모습이 등장한다. 언뜻 보기엔 별다른 규칙 없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물고기에게도 그들만의 '길'이 있다. 사람은 인도(人道)로, 자동차는 차도(車道)로 이동하듯이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도 원활한 이동을 위해 '어도(魚道)'가 반드시 필요하다. 혹자는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물고기들에게 굳이 길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도는 성장과 산란을 위해 하천과 바다를 수시로 왕래하는 물고기들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이다. 어도는 인간과 물고기가 공존하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시설이며, 생태계뿐만 아니라 수산 자원을 보존하고 증강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강이나 하천 곳곳에는 댐, 보 등으로 불리는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어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은 전체 하천의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하천에 설치된 인공구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洑)'의 경우 지방하천급 이상 하천에 약 3만3000여 개가 설치돼 있지만, 물고기들의 이동통로인 어도가 설치된 보(洑)는 500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이 하천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만든 인공구조물 때문에 물고기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과거 쌀 자급률이 낮았던 시절에는 쌀농사가 우리 경제의 주된 관심사였기 때문에 어족자원 보호보다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주는 보(洑)와 같은 인공구조물의 설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러한 인공구조물의 증가는 하천이나 바다를 오르내리면서 성장하는 회유성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를 단절시켜 물고기들의 생존마저 위협해 왔다.해양수산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내수면어업법'을 개정해 2005년부터 하천에서 인공구조물 설치 시 어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2012년에는 어도를 설치한 자가 설치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개수·보수하는 등 사후 관리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 어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또한 2014년부터는 물고기의 이동이 어려운 어도를 순차적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으며 정비된 어도에는 연어·은어·황어 등 주요 회유성 물고기들의 자원량이 이전보다 평균 4.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하천의 어도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어도정보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에게 최신 어도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해양수산부는 어도를 체계적으로 설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제2차 어도종합관리계획(2018~2022) 수립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어도 관리에 관한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건강한 하천 생태계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어도(魚道). 이번에 새롭게 마련되는 제2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을 통해 우리나라 하천과 어종의 특성에 맞는 한국형 어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우리 하천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길이 곳곳에 마련되기를, 그리하여 다양한 토종 물고기들을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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