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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무술년 犬公의 해맞이에서 해넘이까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1.01 15:54 수정 2018.01.01 15:54

올해는 개의 해이다. 개의 해라도 황금(黃金)의 개의 해라니, 사람과 개에겐 참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란 예감을 가진다. 이 같은 예감은 무술년의 해맞이에서 해넘이까지 갈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미래까지 한 줄로 이어진다. 개를 제대로 대접을 하려면, 그냥 개라고 부르기보단 견공(犬公)으로 불러도 좋은 점이 수두룩하다. 견공의 5덕(德)을 보면, 우선 빈지기자(頻蚳其子)이다. 제 새끼가 귀엽다고 혓바닥으로 핥아주는 아비와 자식의 친(親)함이 있다. 다음은 불폐기주(不吠其主)이다. 주인을 보고 짖지 않는다. 왕조시대로 말하자면, 임금과 신하의 사이와 같다. 세 번째는 교미시기(交尾有時)이다. 일정한 시기에만 암수가 사랑을 나눈다. 부부유별의 윤리이다. 네 번째는 소불적대(小不敵大)이다. 젊은 개는 늙은 개와 싸우지 않는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이다. 끝으로 일폐군응(一吠群應)이다. 한 마리 개가 짖으면, 따라서 온 마을의 개가 다 짖는다. 붕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김경탁의 견공의 윤리) 이는 그 시대에서 짚은 견공이라면, 요즘은 사람의 고독함을 지키는 일이 견공의 책무가 되었다. 개는 개라도 사람의 영웅호걸(英雄豪傑)보다 더 저명한 개가 있다. 화마(火魔) 속의 주인을 구한 전북 임실의 ‘오수(獒樹)의 개’이다. 이 개의 이름을 따, ‘오수의 견공원’이 생겼다. 오수의 개에 버금할 개는 일본에도 있다. 10년간 죽은 주인을 기다린 ‘하치코’란 개다. 현재 개의 사체를 우에노국립과학관이 박제로 만들었다. 우리에겐 예부터 내려오는 ‘개 타령’도 있다. ‘개야 개야 깜장 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청사초롱 불 밝혀라 우리 님이 오시거든/...개야 개야 삽살개야, 나뭇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우리 님이 오시거든/짖지 마라’ 개는 충직하고 용맹한 인간의 친구이다. 십이지신 가운데 열한 번째 신장(神將)이다. 개는 전통적으로 악귀를 쫓고 거주 공간을 지키는 존재였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주던 그림인 세화(歲畵)와 부적에 개가 자주 등장했다. 개는 인간과 공존했다. 무술년 견공의 해엔,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풍성해지는 한해가 될까?문재인 대통령은 새해엔 삶의 질 높이기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지난해엔 ‘이게 나라냐’이란 물음에서 올해엔 ‘이게 삶이냐’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하면서다. 이어 지난 5·9 대선 승리 후, 국정농단을 바로 잡아 무너진 민주주의 질서의 기틀을 복구한다. 이게 국정운영의 좌표이다. 올해부터는 ‘문재인표 정책’이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한다. 안정적 집권 구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적폐를 청산해 법과 제도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시스템이 정비되도록 관리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이 뽑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불교 삼론종의 기본교의이다.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吉藏)의 『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다. 어느 교수는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다.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촛불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야한다. 다름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다름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부의 고른 분배이다. 여기서 고른 분배란 노력할 직장이 있고, 노력한 만큼 잘 살고 싶다는 뜻이다. 노력하지 않고 잘사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민희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모의 경제력’(43.1%)을 첫 번째로 꼽았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발표(2017. 12)에 따르면, 지난 37년 동안 상위 0.1%인 700만 명의 부자가 가져간 세계의 부와 소득 증가분이 하위 50%인 38억 명에 돌아간 몫과 같다. 부자들 사이에도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상위 0.1%(760만 명)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13%였다. 상위 0.001%(7만6천 명)가 전체의 4%를 가졌다. 재벌닷컴(2017. 11)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대 주식 부자의 보유 주식가치가 국가 예산의 3분의1 수준인 123조원이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8만1,000원이었다.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의 월 소득은 2013년 이래 계속 낮아졌다. 2013년 90만8,000원에서 2014년 81만원, 2015년 80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 80만원에 그쳤다. 30세 미만 가구 중 연소득 1,000만원 미만(월 83만원 미만) 비중은 2013년 4.4%에서 지난해 8.1%로 커졌다. 이는 모두가 촛불이전의 통계이다. 무술년 견공 이전의 통계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이 같은 통계에서부터 부(富)의 문(門)으로 누구나 들어가게 활짝 열어야 한다. 이게 바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가난하여 억울함에 갑질을 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지난해 12월 27일)에서 내년에도 3%대 성장을 이어가고,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자신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 경제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진다는 것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자신감에 거는 기대가 바로 또 다른 하나의 덕으로써, 견공의 6덕이다. 청사초롱 불 밝혀, 모두가 고른 삶을 살려는 깜장 개의 짖음이다. 이게 올해의 해맞이의 소원이고, 해넘이를 할 때에는, 고른 삶을 성취했음에 기쁨이 넘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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