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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韓경제 기초부터 흔들린다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0.24 15:46 수정 2016.10.24 15:46

주력산업 몰락·신성장산업 지연…경제위기 자초주력산업 몰락·신성장산업 지연…경제위기 자초

"너무 힘들다" "앞이 안보인다 "는 하소연과 답답함을 토로하는 외침이 사방에 넘친다. 공장과 가정, 기업을 막론하고 "외환위기 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호(號)가 침몰할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일부 업종이나 특정 분야만이 아니라 수출 내수 생산 투자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급속히 꺾이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건설 경기로 버티던 내수도 회복 조짐이 요원하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은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다. '믿을 맨'으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마저 휴대폰 단종 사태, 파업 및 엔진 결함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튼실한 것도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지만, 미래먹거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300조를 육박하는 빚이 각 가정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파도가 저만치 밀려오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불길한 징조다. 한마디로 중층적, 복합적 위기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끊이지 않고 있고, 탈출구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지만,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당국의 노력은 미약하기만 하다. 아니 앞장서 돌파해야 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남은 1년여 동안 집중해야 할 과제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 점검했다. #1 울산광역시 인근의 언양에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49)는 현대자동차 파업 종료 소식에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장기간 이어진 파업으로 일감이 줄어들어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잔업과 특근이 끊겨 월급이 줄어든 상태다. A씨는 "현대차 파업으로 공장 일감도 줄어든 상태에다가 태풍 '차바'로 침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울산 지역 경제는 말이 아닌 상태"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현대차 협력 중소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협력 중소기업 생산설비 가동률이 파업으로 91.6%에서 68.3%로 23.3%포인트나 감소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과 특근 거부로 생산차질 규모가 14만2000여대에 손실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2.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에 근무한 B씨(41)는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있다. 조선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올 들어 임금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다. B씨는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 동안 가입해온 보험을 계약해지 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B씨처럼 임금을 못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조선업종 임금 체불 근로자 수는 1만1746명으로 7345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5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불임금도 329억원에서 526억원으로 늘었다. #3. 수도권의 주요 중견 중소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시화·반월공단은 요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자동차와 전자·기계 등 주력산업의 부품 생산기지인 공단의 공장 가동률이 70%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자동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대표 K씨는 "계속 내려가는 납품 단가를 맞추기도 어렵지만, 그마저도 일감이 줄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한국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은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망라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들어 주력산업 전반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핵심 원천 기술 확보가 늦고 제품 고도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 등 경쟁 국가의 추격으로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출전선에서 주력산업부터 무너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부진여파와 겹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으로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주력산업의 수출 감소폭은 총 수출 감소폭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8.0% 줄어든 총 수출에 비해 주력산업은 9.6%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총 수출은 10.8% 줄었지만 주력산업은 11.8% 감소했다. ◇주력 산업 국제 경쟁력 5년 안에 잃는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유가의 상대적인 안정세로 감소폭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력산업 내에서 5년 후에도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제품이나 핵심소재·부품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고급제품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 등도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는 기존 주력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서면서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이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있어 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투자의 모멘텀을 크게 잃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제조업의 설비투자 내용 면에서도 제조업 혁신역량이 감소하는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 전체 설비투자에서 40.7%에 머물렀던 설비확장은 2014년에는 52.1%까지 늘어난 가운데 신제품 투자 비중은 26.0%에서 2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투자 비중도 6.3%에서 5.6%로 감소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대신, 기존 제품 위주의 투자에 주력했다는 애기다. ◇조선·철강·석유화학 경쟁력 곤두박질=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철강·석유화학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산업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조선업계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해운 연구기관인 클락슨 분석에 따르면 2004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 세계 수주량의 80%를 차지하는 과점체계를 형성해 왔지만 이후 일본은 한국의 기술력, 중국의 가격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철강의 경우, 중국내 수요 침체로 글로벌 공급 과잉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2011년 71건에 그쳤던 철강 수입규제조치는 2015년에는 159건을 기록하는 등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석유화학도 공급과잉품목을 중심으로 선제적 설비 감축이 절실하다. 올 들어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위기에 처하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에 따른 리콜 영향으로 휴대전화 완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현대차의 9월 내수판매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주력모델 노후화, 개별소비세 인하정책 종료 등으로 20%나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9월 수출은 현대차 파업 여파 등으로 5.9% 줄었다. ◇갈 길 잃은 정부 구조조정=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지자 횡보만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가 나서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민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외국 컨설팅사의 보고서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적인 생존이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안을 제시하기도 전에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여부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미 정부가 구조조정안을 제시한 철강·석유화학도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은 채 컨설팅 보고서에만 의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목한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의 경우, 수요가 회복되면 중국 제품에 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석유화학업계도 설비를 감축해 시장을 잃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책당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 판로개척과 기술경쟁력 제고 등을 유도해야 한다"며 "새로운 신성장 산업 육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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