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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가계 빚, 5년새 400조↑‘위험수위’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06 15:30 수정 2016.11.06 15:30

정부·한은 “관리 가능 수준” 되풀이만정부·한은 “관리 가능 수준” 되풀이만

"가계부채,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 아니다"(2011년 김중수 당시 한국은행 총재) "가계부채,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만한 상황은 아니다"(2016년 이주열 한은 총재)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한은 등 금융당국의 인식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011년 말 800조원대였던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1300조원에 육박했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2011년 861조4000억원였던 2012년 901조9000억원, 2013년 960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2014년 1025조1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해 1138조원으로 늘어난 뒤 올 2분기 기준 1257조원으로 급증했다. 5년간 무려 46%가 늘어난 것이다.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가팔라졌다.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도 2012년 5.2%에서 2013년과 2014년 각각 6.0%, 6.7%로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2006년 11.8% 이후 역대 최고인 11.0%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는 총량도 늘었지만 질도 나빠졌다.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2013년 160.7%에서 올해 6월말 173.9%로 13.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 빚은 지난 5년 간 400조원 가까이 불어나고 질 역시 악화됐지만, 정부와 한은의 인식은 5년전과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2011년 당시에도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놨었다. 고소득층이 총부채의 72%를 차지하고 있고,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증가세가 잡히나 싶었던 가계부채는 지난 2014년 8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완화한 이후 고삐가 풀리기 시작했다. 저금리 정책으로 이자부담은 줄었지만, 가계부채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키워갔다. 은행권, 비은행권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할 것 없이 모두 급증했다.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가계부채 부실화를 높이는 위험요인이다. 미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 빚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데, 사실 외국인 자본 유출같은 문제보다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도 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우리나라의 신용갭(부채가 장기적 예측 추세를 벗어난 수준)을 '주의' 단계로 분류했다. 또 지난 3일 내놓은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 서베이 결과'에서도 국내·외 금융기관 전문가 78명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로 '가계부채(70%)'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1년 이내, 혹은 1~3년 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모두 많아졌다.그럼에도 정작 한은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최근 들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4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현재로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가계부채는)관리 가능한 수준을 이미 훨씬 넘어섰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9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그는 이어 "무엇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74%정도인데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며 "민간소비가 회복되려면 이 비율이 100~110% 범위에 들어와야 한단 것이 학계의 분석으로, 민간소비가 회복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당장 터지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다' 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당장 뭔가 터지진 않으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부동산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가계부채가 크게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속 국내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 금리 수준이 어떻게 되느냐, 가계 소득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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