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종합뉴스 정치

서울도심 “박근혜 하야” 촛불함성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06 18:15 수정 2016.11.06 18:15

학생·외국인,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학생·외국인,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5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시민들의 성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수십만 시민들은 대체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였다.과거 진행된 대규모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는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충돌은 집회 참여자의 다소 과격한 행동으로 발생하거나, 경찰 측에서 강경한 태도로 참여자를 통제하면서 일어났다.하지만 이날 서울 도심에는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십만 인파가 몰렸고 행진까지 있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시민단은 서울 도심을 산책하듯 행진했다. 중·고교생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시민단과 함께 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팔짱을 낀 연인들도 있었다.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는 강경한 투쟁의 모습이 아닌 '주권을 쥔 국민의 정당한 발언권 행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물대포 없이도 충돌 없어...산책하듯 도심 행진=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 대회에 참여한 시민은 2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만5000명)에 달했다. 당초 2만여명이었던 참가 인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었다. 국민들은 처음에 광화문광장에 군집했다. 하지만 점차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서울시청, 종로1가 일대까지 인파로 북적였다.경찰은 앞서 대규모 집회 과정에서 발생할 충돌을 우려해 서울시에 소화전 사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민들은 물대포가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돌 없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행진 중간에도 경찰과 국민 사이에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시민들은 오후 5시51분께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종로3가를 지나 을지로3가, 명동, 숭례문을 거쳐 오후 7시를 넘어 다시 광장에 돌아왔다. 시민단은 당초 을지로3가에서 서울시청으로 바로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참가해 행렬이 길어지면서 중도에 명동으로 방향을 틀어 행진했다. 행렬이 명동에 들어서자 일대에 있던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거나 동참했다.시민단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물들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연인과 함께 집회 장소를 찾은 이모(28)씨는 "기사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고 오게 됐다"며 "직접 와보니 인터넷에서 보기만 했던 것보다 좀 더 문제의식이 와 닿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일산시에서 왔다는 이모(25·여)씨는 "저번 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이번 주에는 꼭 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막히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행진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존 집회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중․고교생, 외국인도 대거 참여..."민주주의는 중요"= 이날 집회와 행진에는 중·고교생과 외국인들도 대거 참가했다. 중·고교생들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연이어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수백명에 이르는 중·고교생들은 오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차 행사에 참여해 파도타기를 하면서 박 대통령을 규탄했다. 행진 과정에서는 선두 행렬에 참여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4)군 등은 "학생이 보기에도 정치가 엉망이다"라며 "저희도 국민이기 때문에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수도권에서 집회 참가를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는 고등학생 유모(17)양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올라왔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대통령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유양은 "박 대통령이 퇴진하면 좋겠지만 이번에 말한 것도 보니 쉽게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래도 국민들이 이렇게 외치는데 진중하게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또 다른 고등학생 박모(17)양은 "행진을 하면서 교통 통제도 잘 됐고 거리를 다니면서 방해되는 것들도 없었다"며 "다른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들도 함께 왔다"고 말했다.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대규모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폴란드에서 한국을 찾은 스타니슬라브스키(Stanislawski)씨 가족은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시민단과 함께 행진했다.그레그(Greg·45) 스타니슬라브스키씨는 그의 부인 킨가(Kinga·40)씨와 두 딸 비키(Viki·10)·니콜라(Nicola·9)양과 함께 1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집회에 참가했다.이들은 한국의 처한 상황을 보면서 폴란드의 과거가 생각난다면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레그(Greg) 슬타니슬라브스키씨는 "한국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폴란드의 경우에도 레흐 바웬사로 인해 민주주의가 신장됐던 기억이 있다."면서 "오늘 행진을 같이 했는데 한국 사람들의 훌륭한 정신을 본 것 같다."고 강조했다.▲일상 속 축제 같은 집회...광화문 일대 야시장 방불=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강경한 집회라기보다는 일상 또는 축제에 가까웠다.상당수 시민들은 어린 자녀와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또 자녀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듯 시민단과 행진하는 시민들도 많았다.한 시민은 아이를 안은 포대에 '박근혜 하야'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집회에 참가했다. 한 부부는 자신의 어린 자녀를 '박근혜 퇴출'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에 나왔다.서울 강서구에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 최모(38)씨는 아들의 손을 잡고 행진했다. 최씨는 "시민으로서 힘을 보태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고 보여줬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아들 최군(8)은 "같이 걸어서 뿌듯했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시민단이 행진을 마친 광화문, 시청 일대에는 포장마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야시장을 방불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포장마차들은 어묵, 닭꼬치, 소시지, 핫도그, 솜사탕 등 다양한 음식으로 집회에 참가하거나 귀가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일대에 펼쳐진 간이 식탁 등에서 모여 앉아 고픈 배를 채웠다.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다양한 공연도 펼쳐졌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유 발언 시간을 마련해 집회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을 열었다.시민들은 비선실세 논란에 박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면서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오는 12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민중총궐기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도 박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 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