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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정치

손발 묶인 기재부 ‘어쩌나’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07 15:26 수정 2016.11.07 15:26

예산심의 올스톱…신임 수장 청문회도 난망예산심의 올스톱…신임 수장 청문회도 난망

경제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를 컨트롤할 정책 부서마저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리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심의가 국회에서 올스톱 상태인데다, 개각으로 경제팀의 수장이 사실상 두 명이 되면서 경제부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정책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늦어지면 재정 통한 경기회복에 차질= 정부는 올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조기집행을 강조했다. 계획된 1년 예산 중 대부분을 상반기에 끌어쓰는 정책인데, 연초 물량공세를 퍼부어 소비와 투자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려는 이유다. 이런 재정집행 패턴은 내년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온통 최순실씨 관련 이슈로 도배되면서 심의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재정 집행에 차질이 생겨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 예산안의 법정시한은 12월2일이다. 통과 후 약 한 달 동안 정부에서는 다음해 집행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만일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되면 그만큼 준비에도 차질이 생겨 재정을 연초부터 빠르게 투입하기 어려워진다. 심사의 질도 문제다. 예결위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각종 정치 현안으로 이미 예산심사라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예산안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적절하지 않은 용처에 국민의 혈세가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한 지붕 두 수장 청문회 개최 여부 불투명= 야당이 청문회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내정자는 한동안 불편한 동거를 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재부는 임 내정자의 청문회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와의 교감 없이 개각을 단행한 데 대해 분노하는 야당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야3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한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총리 임명과 달리 경제부총리와 장관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임 내정자의 청문회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임 내정자는 정치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금융위원장 후보자로서 임한 청문회에서는 다운계약서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큰 무리없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었다. 문제는 임 내정자가 현직 금융위원장으로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을 진두지휘한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점이다. 청문회가 열리더라도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질의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내년 경제 큰 그림 경제정책방향은 어쩌나= 청문회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경제 정책 수립에도 차질이 생긴다. 기재부는 다음달 2017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 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구조조정, 수출부진 등 각종 난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도 높은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해 그립을 강하게 쥘 수 없는 상황인데다 유 부총리와 임 내정자의 바통터치가 늦어질수록 기재부 관료들은 두 상전을 모시면서 결과적으로는 아무 리더도 모시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게 된다. 이 같이 난감한 상황에도 관료 사회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공백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다. 각종 정책이 '최순실 정책' 혹은 '최순실 예산'이라고 딱지 붙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각 부처는 최순실씨와 연관된 정책이라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데 진을 빼고 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의 경우 정치권에서 '최순실 예산'을 파악해 오라는 요구가 난감한 숙제다. 김현미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최순실 예산을 파악해 국회에 보고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올라온 예산 중 어느 것이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는지 찾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검찰이 수사해 알아낸다면 모르겠지만 의혹만으로 최씨가 기획한 예산인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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