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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정치

100만 촛불 이후 침묵에 휩싸인 세종시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14 15:37 수정 2016.11.14 15:37

인사·정책 ‘올스톱’…‘복지부동’ 팽배인사·정책 ‘올스톱’…‘복지부동’ 팽배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100만 촛불 시위 이후 한 주의 새 아침을 맞은 세종정부청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국 상황을 반영하듯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필요한 공문조차 제때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책 집행과 인사 등 행정 전반의 공백이 깊어지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며 가까운 동료들끼리 정국 상황을 논하거나, 위 사람 눈치보기를 거듭하며 자리만 지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일 세종정부청사에 위치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지난 주말 87년 6월 항쟁이후 사상 최대인 100만 촛불시위 상황과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삼삼오오 모여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내각총사퇴, 과도내각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정부 부처 장관들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교체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미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사퇴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됐거나 친박계 출신 장관들의 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내각총사퇴 수준의 거국내각 구성으로 갈 경우 대부분의 장관이 물러나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의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청와대에서는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 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과도내각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내정한 임 후보자를 경제부총리로 그대로 인준할 지는 미지수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형국이다. 기재부는 현재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에게 동시 보고를 해 왔는데 김병준 총리 내정자 사실상 철회 이후 이마저도 중단하고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특히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12월 중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기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야권이 추천하는 인사가 경제부총리로 오게 될 경우 증세 반대, 확장 재정 중심의 기존 경제 정책 틀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국내각 내지 과도내각이 출범하게 되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을 대폭 손보게 되면서, 12월초인 법정 처리시한 내에 내년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관가의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물론이고 심지어 '공직 기강 확립' 공문 조차 각급 기관에 내려 보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 때나 사드 배치 등 굵직한 이슈가 발생하면 으레 내려오기 마련인 국무총리실의 '공직 기강 확립' 공문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발생이후 최근까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자체가 정지되면서 최고 결정권자의 결재가 필요한 중요한 행사나 인사 등도 마비되고 있다. 현재 시험 운행중인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식이 다음 달 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최순실 사태로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개통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공공기관 평가 작업도 예년에 비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내려 보낸 기재부의 공공기관 평가 지침이, 올해에는 11월 중순이 지나도록 산하 기관에 하달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1월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돼 수정을 거친 후 조만간 평가편람 수정본이 완성돼 산하 기관에 보내게 될 것."이라며 "공기업들의 수정 요구가 많아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은 더욱 복지부동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괜히 나서서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윗 사람 눈치를 살피며 소극적으로 일하는 보신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셈이다. 인사 쪽은 사실상 마미에 가깝다. 총리를 비롯해 전 부처의 장관들이 내각 총사퇴, 과도 내각 구성 등으로 언제 어떻게 물러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들의 공석 사태도 장기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가 3배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배수로 추린 뒤 해당 부처 장관이 적합한 인물을 정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의 경우 후임 인선에 대한 기약이 없는 상태다.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한국석유관리원, 지난 9월 임기 종료된 대한석탄공사, 10월 종료된 한국전력기술, 11월8일 임기를 마친 한전 KPS의 경우 아직까지 후임 사장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보 추천 절차를 마치고 단수로 정해진 공기업들도 대통령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신세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후임으로 최근 이관섭 전 산업통상부 1차관이 단수 추천됐으나,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22일 임기가 끝난 남동발전 사장에는 장재원 이사가, 서부발전 사장에는 정하황 전 한수원 기획본부장이 각각 추천됐으나 청와대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12월말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공공기관장은 한국마사회 현명관 이사장,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이상길 원장, 한국국토정보공사 김영표 이사장,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영학 사장 등 2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대부분 기관에서 아직까지 후임 인사추천위가 개최되지 않는 등 인사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 불능 사태는 앞으로 더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총리에게 장관 인사 제청권을 넘긴 상황에서 정부 산하 공기업 인사를 강행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도 내각 구성으로 책임 총리가 실질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공기업 인사도 기존 후보군이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종시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최근 몇 주간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지면서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까지 온 것 같다."며 "차라리 대통령이 퇴진하고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가장 빠른 해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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