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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늘의 사은품 ‘치매예방기계’ 선물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27 15:47 수정 2020.04.27 15:47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평소 숭늉보다 구수하게 강론(설교) 잘 하시는 인기 짱인 신부님이 오늘도 강론하시게 되어 기대가 자못 큰데, 강론(설교)하시기 전에 오늘 강론이 끝나면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특별히 진귀한 선물을 주신다기에, 고마운 신부님의 예고가 더욱 고맙기도 하지만, 특별사은품이 ‘치매예방기계’라기에 듣도 보도 못한 ‘치매예방기계’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늙수룩한 노파 교우에게 치매는 암보다 더 두려운 병이었다. 치매 걸린 늙은 친구는 막역한 친구 친지도 몰라보고 얼토당토 안한 코메디를 하는걸 보면 딱하기도 하지만, 치매가 사람을 얼마나 망가지게 하는가 두렵기도 했다. 강론전에 특별사은품 ‘치매예방기계’를 주신다는 폭탄선언에 한시간 남짓한 강론 시간이 너무 긴 것 같기도 했지만 특별사은품 하사 공약 때문에 강론시간을 잘 참고 견뎠다.
사은품을 받는 희망 때문에 한 시간 강론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강론이 끝나고 드디어 선물보따리 끈이 풀어지고 손안에 잘 잡히는 직육면체가 한 개씩 배급되었다. ‘치매예방기계’라 하여 제법 무게가 나가는 쇳덩이를 떠 올렸는데, 뜻밖에 너무 가볍기만 했다. 직육면체 갑을 여니, 화투가 한묶음 나왔다. ‘마흔여덟장의 화투’였다. 너무 낯이 익은 구면이었다. 신부님이 선물로 주신 화투는 받자마자 없어서 안될 여가시간을 책임져 주는 필수품이 된 것은 물론이다. 틈만나면 안방에서, 회관에서 화투판을 벌려 뇌에 윤활유가 철철 넘쳐 흘렀다.
우리나라에 화투는 일제의 식민지 초기부터, 들어와 삼천리강산에 화투가 48폭 동양화 전시를 벌이게 됐다. 일본에 화투를 처음 전한 것은 포르투칼 상인들이었다. 일본은 포르투칼 상인이 전한 카드(화투)를 일본사람에게 어울리게 토착화시켰다. 처음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전파한 것은 화투에 침잠하여 항일의식을 둔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지만, 식민지 조선인들은 화투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보다, 화투를 활용하여 여가시간을 보내고, 계산능력을 길러 수학실력이 향상됐다. 지금 화투(고스톱)는 해수욕장에서도 구명조끼 이상으로 필수품이 되었다.
팔십 전후의 우리 가시버시(내외)도 날마다 민화투를 한시간씩 하여, 치매예방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암보다 더 무섭다는 치매도 화투 앞에는 맥을 못추는 모양이다. 신부님이 하사하신 ‘치매예방기계’가 더욱 널리 보급되어, 5천만 국민이 치매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한 자유인이 되었으면 더욱 좋고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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