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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특별기고] ‘코로나 전쟁’에서 배운 것들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27 15:48 수정 2020.04.27 15:48

박 준 희
관악구청장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 같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올해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구청장으로서 보낸 시간들은 정말이지 전쟁이나 다름없다.
아침이면 족히 20년은 보낸 것 같다가도 저녁이면 겨우 이틀 지난 것처럼 정신마저 혼미할 지경이다. 코로나19가 아닌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전혀 없다보니 선출직 자치단체장에게 중요한 국회의원 총선마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판국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진압 일선에서 뛰면서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깨달음을 많이 얻고 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16년 동안 일선 공무원들을 견제, 감시하는 입장이었기에 구청장이 된 후로도 몇몇 편견이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대응국면을 거치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헌신적인 태도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나 실수가 있었다 해도 전체적으로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는 그들의 밤낮없는 노력에는 누가 시켜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혹자는 ‘국뽕’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강한 경쟁력’을 피부로 절감했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유럽 등 소위 선진국 언론들의 쏟아지는 찬사가 아니더라도 소통, 방역, 선별, 치료, 관리, 지원 등 모든 전선에서 코로나19 제압을 위해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국민적 단결을 보며 때때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솔직하게 밝히는 바, 누구든 앞으로 ‘주민(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의식이 없다면 선출직 공무원은 감히 꿈도 꾸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자각했다. 부끄럽고 아직 이르지만 작게나마 보람도 느끼고 있다.
예전 어느 현역 국회의원을 만났을 때 그가 잠깐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의 집은 가난했는데 어머니는 늘 “언덕은 낮춰봐도 사람은 낮춰보지 말라”고 자식들을 훈계하셨다고 했다. 그는 항상 그 말씀을 가슴에 담고 정치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 한 분 한 분에게까지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문득 그 어머니 말씀의 깊은 뜻을 몸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얻을 수 없는 소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사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엄중한 소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진압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거나 예측불가의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절대 지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수시로 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끝내 코로나19를 물리칠 것을 확신한다. 먼 훗날 언젠가 이곳을 떠나 이때를 돌아볼 때 단 한점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코로나19 사태 종식이 선언되면 ‘지방자치단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압 백서(白書)’를 만들어 두겠다. 매우 디테일하게 만들 것이다. 후일 그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지방정부가 그 역할을 혼란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매뉴얼이 되도록 할 것이다.
#힘내자_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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