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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피로해소·노화방지… 돈벌이에 눈먼병원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2.21 19:57 수정 2016.12.21 19:57

태반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청와대가 미용과 피로해소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각종 영양주사제를 지난 2년간 대량 구입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영양주사제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실제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나 백옥주사 등 각종 주사제를 수십 차례 불법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영양주사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양주사제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 전인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울 강남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대통령의 영양주사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열풍이 이 전보다 오히려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병원은 진료 과목과 관계없이 대통령을 언급하며 홍보와 시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영양주사', 'VIP 주사'까지 등장했다.하지만 각종 영양주사제의 본래 효능이 미용이나 피로해소와는 거리가 있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현행법상 허가범위 외에 처방이 불법은 아니나 오남용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효과 입증 안 된 영양주사제 왜 샀나=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양주사제들이다. 임기 내내 구입했다. 구입액만 2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녹십자로부터 31차례에 걸쳐 총 2027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구매했다.구매처는 대통령실이나 경호실 명의였다. 의약품은 총 10종으로 항노화와 피부 미백 등이 목적인 태반주사(라이넥주) 150개(74만2500원),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감초주사(히시파겐씨주) 100개(35만5400원), 피로해소 등에 쓰이는 마늘주사(푸르설타민주) 50개(27만5000원) 등이 포함됐다.시중에서 미용이나 피로회복 등에 쓰이는 주사제를 2년4개월간 300개(약 137만원) 구매한 것을 두고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구매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주사제 등 약품 구입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호원을 비롯한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청와대는 직원들의 피로 해소를 위해 구매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직원들이 병원도 아닌 직장에서 한가롭게 주사나 맞았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주사를 청와대 직원들이 자주 맞았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또 효능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주사제를 단순히 피로회복이나 미용 목적을 위해 국가 예산으로 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도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처방이 이뤄졌는지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국립대 병원 한 의사는 "태반주사나 비타민 주사는 언제 써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쓴다면 환자가 잘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혈당을 주면서 빠른 회복을 원할 때나 암 환자처럼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며 "청와대 직원들이 움직이지 못 하거나 먹지 못하는 환자들에 해당하지는 않을 텐데 대량 구매했다는 것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주사제의 구매처가 녹십자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박 대통령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것으로 의심받는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원장이 녹십자 의료재단의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으로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주사제는 박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 직원을 위한 것으로 주로 경호실 직원들이 맞았다"며 "다만 누가 주사를 맞았는지에 관한 의료기록은 개인정보라 상세히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이어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해당 주사제들은 이미 시중 병원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라며 "청와대 의무실의 판단에 따라 정당하게 예산을 집행한 것이고 의무실장 처방에 따라 주사제가 투여됐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이라는 점도 문제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영양주사제, 효과는 '글쎄'… 근본 치료제가 아닌 일시적 효과= 태반주사(라이넥주), 백옥주사(글루타티온주), 감초주사(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푸르설타민주) 등이 대표적 영양주사제다.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의 원료는 태반추출물이다. 녹십자의 라이넥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만성 간질환의 간 기능 개선' 효과로 허가를 받았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피부 노화 방지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는 일명 '회춘주사'로 불린다. 백옥주사는 클루타치온이 주성분이다. 피부가 백옥(白玉)처럼 하얘진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특히 미국 팝스타 비욘세가 자주 맞아 유명해졌다.감초주사는 감초의 약효성분인 글리시리진산암모늄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글리신을 주성분이다. 간 기능 개선과 숙취를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는 마늘과 전혀 상관이 없는 비타민 B1(푸르설타민)이 주성분이다. "주사할 때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명명됐다.최근에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브레인 주사'도 등장했다. 은행잎 추출물 성분이 주성분으로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말초동맥 순환장애와 이명, 두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기억력과 집중력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얘기다. 이런 영양주사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이라 정확한 비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통상 태반주사의 경우 1회 맞는 데 5만~10만원 내외. 보통 일주일에 2~3회에 걸쳐 10회 걸쳐 맞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비용은 50만원 내외다. 백옥주사는 1회당 8만~20만원 선, 감초주사와 마늘주사는 5만~10만원 정도에 비용이 형성됐다. 병원 위치나 영양주사제 종류, 투약 횟수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양한 영양주사제를 정기적으로 맞을 수 있는 100만원 상당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포도당 수액에 영양주사제를 섞어 맞는 이른바 '칵테일 주사'를 맞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1~2시간 정도다. 이런 주사제들은 모두 '치료제'가 아니어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할 가능성만 있을 뿐 효과가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영양주사제 효과가 입증된 연구결과도 없다.◇지나친 의료 상술과 과도한 맹신, 오·남용 부추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급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및 해외 관리사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태반주사 등 영양주사 처방액은 2011년 342억2200억 원에서 2014년 511억1800억 원으로 3년 만에 49%나 늘었다. 이처럼 영양주사제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일부 의료진의 지나친 영리 추구를 꼽을 수 있다. 영양주사제는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 입장에서 소위 '돈벌이'가 된다. 현행법상 의사 면허만 있으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영양주사제 처방이 가능하다. 수액에 다른 영양주사제를 섞어서 처방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 의료인 재량에 따라 의약품의 허가사항과 다르게 처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등 진료과목을 가릴 것 없이 영양주사제 처방에 열을 올린다. 일부 의료진이 영양주사제 처방을 수입 증대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익명을 요구한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영양주사제가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찾아온 일부 환자들이 영양주사제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몸에 특별히 이상이 없더라도 수시로 영양주사제를 놔달라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강남규(응급의학과 전문의) 인천 나은병원 부원장은 "태반주사와 같은 영양주사제는 아직 의학적으로 효과나 효능 근거가 낮고, 오·남용할 경우 주사를 맞았을 때 주사 부위에 통증이나 발적, 염증, 감염 등의 보고가 있다"면서 "피부가 하얘진다고 흔히들 알고 있는 백옥주사를 오·남용할 경우 피부에 흰 점이 얼룩덜룩하게 생기는 백반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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