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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마음을 말하게 하세요.

원용길 기자 입력 2020.05.05 11:07 수정 2020.05.05 13:36

“나를 표현하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 박정연 원장

마음을 말하게 하세요.
“나를 표현하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상담을 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보통은 전화로 말씀하시는데 직접 보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신 어머니......
다음날, 아이와 함께 센터에 들르셨다. 아이는 6학년 남자아이, 동그란 안경을 쓴 동그란 얼굴이 무척 귀여워 보이는 그런 아이였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깊은 한숨과 함께 말하셨다. “아이가 학교에서건 학원에서건 선생님과 말을 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친구도 자기와 친한 친구 한명 정도만 이야기를 한다고 하셨다. 
요즘은 학교에서 거의 모둠으로 앉고 모둠수업이 많이 진행되며, 함께하는 수행평가를 보는데, 이 아이는 그게 전혀 되지 않아 학교생활에 문제가 된다고 하시며 무척 속상해 하셨다.
이어 내가 “이름이 뭐야?” 하고 물었지만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나 또한 선생님으로 비춰지기에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센터에는 먼저 온 5학년 여자아이 한 명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간간이 이러한 상담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선택적 함구증’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야 하는 특정 사회적 상황(예, 학교)에서 일관되게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선택적 함구는 자라면서 극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렸을 때 이 증상이 있으면 학교생활을 잘 할 수가 없고, 친구관계 또한 원만하지 않아서 결국엔 다른 성격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는 아이는 올바른 대인관계가 어렵고 정서적 부적응 행동을 일으키게 되어 성격형성에 많은 문제가 발생해 아동기에 성취해야 할 주요과업인 사회성 발달을 저해시키게 된다. 또한 특정 대상에게만 말을 해 단체 활동이나 학교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
나는 이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잘 극복해서 올바른 청소년기를 맞이하기를 바라면서 지도 해 갔다. 차례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처음엔 강요하지 않고 다음에 하자고 말하면서 당황하지 않게 했다. 그러면서 차츰 조그만 것을 말 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었다. 그랬더니 천천히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용기를 내어 준비가 되면 발표를 하였고, 무표정했던 아이의 얼굴에 자주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른 친구가 발표할 때 들어주기 시작했으며, 다른 곳을 바라보던 시선이 정면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이 무대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어 강당을 빌려 부모님들을 모시고 아이들의 꿈 발표를 했다. 리허설을 하기로 한 시간에 무대장치에 문제가 생겨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여유 있게 기다려 주지 못해 이아기가 리허설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걱정이 되었다. 연습을 하지 않아 아이가가 발표를 하게 될지...... 드디어 막이 오르고 요일별, 학년별로 아이들은 연극을 하고 노래를 하며 자신의 꿈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려주었다.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부모님들께 아이를 소개하며 순서를 알렸다. 이윽고 조용하면서도 당당하게 나와서 너무도 발표를 잘 해주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난 너무도 감사하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가가 촉촉해져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아이들은 보통 완벽하거나 엄하거나 또 사회적으로 많은 억제를 하게 하는 부모로 인해 이러한 모습을 갖게 된다. 공부를 잘해도,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긍정적인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
정말 내 아이가 행복해 지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른들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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