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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어떤 고양이부부의 5월 21일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5.26 18:31 수정 2020.05.26 18:31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아무리 하찮은 고양이 목숨이라 하지만, 태어난지 1년도 채 못 되어, 눈을 감다니! 여린 내 마음이 아니더라도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부부의 날(2020.5.21.)에 우리 부부는 아주 영특한 우리 집 고양이 ‘주니어’의 마지막 모습을 그(주니아)가 가끔 자곤 하던 상자에서 발견했다. 주니어(새끼고양이)의 아빠는 부양이, 엄마는 반쪽이다. 엄마·아빠가 둘다 영특하여, 2세인 ‘주니어’도 여간 뛰어난 고양이가 아니었다. 먹이(끼니)를 주면 혼자 얼른 먹지를 않고, 엄마, 엄마하면서 어미를 부르는 것을 자주 듣고, 어린 고양이 주니어의 정에 주인인 내가 감동에 젖었다. 요사이 인간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효심을 보고, 고양이를 단순한 짐승이라고 비하해선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니어는 아비인 부양이를 혀로 털을 핥아 주고 육친애를 사람 이상으로 나타내어, 주인인 나를 감동케 했다. 지극한 가족애로 고양이 세 가족(부양이, 반쪽이, 주니어)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햇살이 다사론 봄을 맞아, 따뜻한 햇살아래 볕바라기를 하고, 우리집 텃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나무타기를 하면서 즐겁게 살았다. 봄이 되어 자연스럽게 짝짓기도 하였다. 어미인 반쪽이 뿐 아니라, 한 살 박이 주니어도 배가 팽팽해 보였다. 어미인 반쪽이도 밖에 나가 새끼를 낳고, 며칠 뒤엔 주니어도 첫 회임이라 얼른 순산을 못하고 출혈을 보이며, 인근을 맴돌았다. 하루 한번 집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주니어는 어디서 새끼를 낳았는지 새끼는 보이지 않고, 끼니를 제대로 못하고 바짝 마른 주니어의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였다. 먹을 것을 가까이 놓아 주어도, 주둥이(입)를 밥그릇 앞에 멈추고, 정작 먹지를 못했다. 기진맥진한 주니어를 집에 두고, 내가 병원에 다녀오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아내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주니어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먼저 말했다. 파리 떼들이 주니어가 살던 상자집에 잔뜩 붙어 있어보니, 주니어는 눈을 감고 죽어 있었다고 한다. 밖에 나갔다가 기운이 없어 엉금 엉금 기어와서, 주인 앞에서 죽었다고 하니, 미물인 고양이지만 영특한 판단이 감동을 준다.
평소 사랑을 받던 주인 앞에 마지막으로 시신을 맡긴다니, 주니어는 영특한 고양이었다. 아내는 눈을 감은 주니어를 천으로 잘 싸서, 양지 바른 아늑한 곳에 고이 묻어 주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인데, 부양이(아비)·반쪽이(어머니)는 주니어(딸)을 보내야 했는데,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니 딱한 일이다.
우리 부부는 남은 고양이 부부를 정성껏 보살피기로 다짐했다.
주니어야! 사실 우리 부부는 영특한 너를 각별히 사랑했었다. 너에게 못 다한 사랑을 너의 엄마 아빠에게 담뿍 주련다. 주니어야 편히 쉬거라. 그동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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