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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시범사업만 수년째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1.02 16:34 수정 2017.01.02 16:34

‘대면진료’ 우선… ‘원격의료’ 선택 등 해법 찾아야‘대면진료’ 우선… ‘원격의료’ 선택 등 해법 찾아야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접목, 의사가 통신기기를 이용해 먼 곳에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의료.정부는 갈수록 진화하는 ICT 기술과 의료시스템을 접목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논의를 시작했다. 4년간의 검증을 통해 2014년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궤도에 올라 도서벽지 경증질환자, 의료취약지 등을 상대로 한 시범사업이 개시됐고 갈수록 대상과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군, 교도소 등 특수·격오지 환자는 물론 병의원 없는 도서·벽지 주민 등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갈수록 의료취약지에 상주하는 의료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만성질환자들의 경우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혈압·혈당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생겨 불편함을 덜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하지만 거기까지다. 이후 의료 영리화, 대형병원 쏠림, 안전성 등 프레임에 갇혀 원격의료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종국에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고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의료취약지·만성질환자 해소 수단…법에 막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가 의료취약지와 노인·장애인의 만성질환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국내 만성질환자는 약 1397만명, 전체 인구의 27%다.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 34개국중 5위로 평균의 1.5배다. 이에따라 만성질환 치료비는 19조4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 54조원의 35.0%를 차지하고 있고 증가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만성질환 관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고 있는 숙제다. 만성질환 조절 실패후 중증화로 인해 입원환자 및 당뇨병, 천식 등 병원 입원 비율은 OECD 평균의 2배 수준에 달한다. 도서·벽지의 경우 더 말할나위가 없다. 원격의료가 고령화에 따른 늘어나는 진료비와 갈수록 다양해지는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수요 등을 감안했을때 이를 풀 수 있는 실마리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에게 정보통신기술(ICT)를 통해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규정한 의료법 34조는 "의료인은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는 의료인-의료원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그마저도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다시말해 '자문'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의 원격의료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시범사업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법 개정 없이 원격의료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법으로 금지하는 나라 우리뿐"…논의 재개해야= 하지만 법 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정부는 원격의료를 놓고 의료계·시민단체·야당 등과 오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반대측은 ▲의료 영리화 ▲대형병원 쏠림 ▲안전성 등 3가지 이유를 들며 법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의료 영리화 문제의 경우 삼성 등 대기업에게 의료기기 시장의 중심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담고 있다. 또 원격의료가 본격화되면 대형병원이 시장이 뛰어들어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ICT 기기를 활용했을 때 환자 부작용이나 오작동 문제도 근심거리라고 말한다.다만 반대측의 이 같은 주장들이 괴담처럼 원격의료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정부는 2014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본회의는 가보지도 못했다. 올해 복지부는 또다시 시범사업 대상의 범위를 점차 늘리고 지난 6월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해가 넘어가도록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일부 의료계에서 동네의원 경영난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의료영리화와 안전성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교착 상태다.정부는 의료법 개정안내에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반대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가 가능한 대상을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재진 환자, 그 중에서도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자와 정신질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안전성에서 큰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원격의료 시행과 관련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인의 면책범위도 이처럼 대상을 제한함으로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도서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 ▲군·교정시설 등 격오지 등으로 범위를 제한할 경우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동네의원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이 마저도 연말 국정농단 사태에 부딪혀 전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을 제외하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일본도 지난해부터 도서·벽지와 만성질환 등 9개 유형에 대해 전면 허용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이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의 발달과정과 맞물려 원격의료를 활용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만 시범사업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는 "동네의원이 중심이라는 기본원칙을 흔들지 않고도 대면진료를 우선으로 하고 원격의료는 보완·선택적으로 활용, 원격의료만하는 의료기관을 금지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며 "법 개정부터 해놓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능한 모형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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