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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완벽(完璧)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7.16 18:34 수정 2020.07.16 18:34

배 해 주
수필가

완전할 完 둥근 옥 璧
흠이 없는 구슬. 결점이 없는 훌륭함을 뜻한다. 사기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 십팔사략(十八史略)의 조편(趙篇)에 실린 것으로 화씨지벽(和氏之壁), 연성지벽(連城之壁)이란 용어로도 쓰인다.
전국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은 화씨지벽(和氏之壁)이란 천하명옥(天下名玉)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진(秦)나라 소양왕은 어떻게든 화씨지벽을 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성(城) 15개와 바꾸자”고 했다. 혜문왕에게는 실로 난처한 문제였다. 제의를 거절하면 당장 쳐들어올 것이고 화씨지벽을 넘겨주면 그냥 빼앗아 버릴 게 뻔했다. 혜문왕은 중신들을 소집하여 의논했다. 의견이 분분했으나 결국 강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제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중신들에게 물었다. “사신으로는 누가 적임자요” 그러자 대부인 유현이 말했다. “신의 식객으로 지모와 담력이 뛰어난 인상여(藺相如)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자라면 차질 없이 소임을 완수할 것으로 사료 됩니다”
그리하여 사신으로 발탁된 인상여는 소양왕을 알현하고 화씨지벽을 받쳤다. 화씨지벽을 손에 들고 살펴보던 소양왕은 감탄하여 희색이 만면했으나 약속한 15개 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인상여가 말했다. “전하 그 화씨지벽에는 흠집이 있습니다. 그것을 소인에게 주시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소양왕은 무심코 화씨지벽을 건네주자 인상여는 그것을 손에 든 채 궁궐 기둥 옆으로 갔다. 그리고 소양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하께서 약속하신 15개 성을 넘겨 줄 때까지 이 화씨지벽은 소인이 갖고 있겠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면 화씨지벽은 소인의 머리와 함께 이 기둥에 부딪혀 깨지고 말 것입니다”
화씨지벽이 깨질까 봐 겁이 난 소양왕은 인상여를 일단 숙소로 돌려보냈다. 인상여는 숙소에 돌아오자 화씨지벽을 부하에게 넘겨 주고 서둘러 귀국시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소양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인상여를 잡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를 죽이면 신의 없는 편협한 군왕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 같아 그대로 고이 돌려보냈다. 이리하여 화씨지벽은 ‘온전한 구슬(完璧)’로 되돌아 왔다. 그 일로 인상여는 공을 인정받아 상대부(上大夫)에 임명되었다.
세상사 완벽이란 드문 일이다. 친구 간의 우정에도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 간의 사랑도 예외이지 않다. 그리고 어떤 정책도 완벽이란 없다. 한 가지 장점이 있으면 이면에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있을 수 없는 것이 정책이기도 하다.
세상이 코로나로 시끄럽다. 실업자가 양산되고, 도산하는 자영업자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범한 일상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돈이 돌지 않는다. 경제를 걱정하기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나라 곡간을 풀어 강제 순환을 시키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긴급재난자금이다. 고사 직전의 식물에 물을 주고 약을 치면 소생하듯이, 긴급자금이 효과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금방의 효과에 취해서 자꾸 나누어 주어서도 안 된다. 결국 그것은 나랏빚이고 나의 빚일 수밖에 없다. 신중하지 못하면 달콤한 맛에 취하면 자꾸만 풀 수밖에 없는 경우가 온다. 약에 내성이 생기면 약의 양을 늘려가야 하듯이 계속 빚을 내어 지급해야 한다.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향후 자금지원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지금은 좋으나 후대에 빚을 대물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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