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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상법개정안 논의를 바라보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10.05 18:26 수정 2020.10.05 18:26

류 혁 선 초빙교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자본주의에서의 최대의 선(善)은 고용 창출이다. 기업을 창업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 주는 기업가들이 많아야 국가 경제도 성장하고, 국민들도 활발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가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자본시장은 기업활동의 위험을 함께 나누고, 수익배분권을 갖는 투자자들의 장이다.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주주)를 모집한 법인을 영어로 ‘Public Company’라고 한다.
위험을 함께 공유하는 모든 주주는 기업활동으로 인해 파생된 수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받아야 하고, 이는 투명성에 기초한다. 만약 대주주의 사적 이해가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게 놔둔다면 자본시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기업 경영의 자율은 대주주의 전횡 등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성립된다.
최근 상법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불공정은 방지하되 보유지분에 따른 주주들의 의사가 공정하게 기업 경영에 반영된다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자산총액 2조이상 상장회사는 과반이상의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하며, 특히 감사위원은 최소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이고, 감사위원장도 사외이사이다.
즉, 시스템상으로는 최대주주에 대한 견제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이에 더해 감사위원 1인을 분리선출하고 최대주주만 특수관계인 합산 3%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면 2대 주주에 대한 특혜로서 이 또한 공정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사외이사는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를 위해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보완책으로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에 대해서는 주요사항으로 즉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 봄 직하다.
한편, 정도 경영을 통해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른 기업가도 있으나, 투자자들의 자금을 쌈짓돈처럼 여기고,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물적 분할을 통해 상장회사의 자회사(사외이사 불필요)를 만들어 비상장 자회사에서 대주주의 전횡 내지 이사회를 형해화하는 경우도 있기에 다중대표소송제도의 신설은 분명 자정 작용 내지 자본시장의 신뢰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정안이 미국, 일본 등의 제도와 달라 국제적 정합성에 대한 비판은 있으나, 우리 이사회의 형해화 정도가 그들과 다르므로 효과 있는 규제 방식 또한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자본시장법상 상장기업등의 보수 공시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최대주주가 사적 이익이 아닌 합리성을 기반으로 경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보수 공개이므로 이는 임직원이 아닌 최대주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최대주주의 역할에 맞는 합당한 보수인지 여부를 주주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가 충실히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상장회사를 비상장 자회사로 분할하고, 자회사에서 과다한 급여를 받는다면, 공시를 피할 수 있다. 자회사 급여 또한 상장회사 주주의 수익배분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연결대상 자회사를 포괄하여 대주주 직계 존비속의 총보수 합계를 부기형식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아울러,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단순 투자자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은 동일하지 않다.
특히 투기자본의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성엔 관심이 없고, 단기적 수익 확보에만 치중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통해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중요하므로 기업 특성에 맞춰 주주의 합의에 따라 차등의결권 도입은 결정되어야 한다(특별결의). 이는 주주의 몫이지,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제할 대상은 아니다.
다만, 차등의결권은 상속, 양도의 대상이 아니며 단순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남용되는 일은 방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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