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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향토사(鄕土史)의 명암(明暗)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1.12 14:38 수정 2017.01.12 14:38

견문이 비좁은 필자의 소견(所見)으론, 우리나라 향토사 연구에 불을 지핀 것은 1980년대 초 전두환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각 시·군마다 시청·군청이 중심이 되어 내 고장(고향)뿌리찾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필자가 살던 문경시(당시 문경군)에도 내 고장 뿌리 찾기 책자를 펴내게 됐다. 그 때 문경고등학교에서 역사(국사·세계사)를 가르치던 필자도 내 고장 전통 가꾸기 위원으로 위촉되어, ‘문경군의 전설’부문을 맡게 되었다. 그 당시 경상북도 전설을 가장 잘 엮은, 안동교육대학 유증선 교수님이 지은 ‘영남의 전설’중에서 문경군의 전설 15편을 교과서로 하고, 재직 중인 문경고등학교의 제자(학생)들에게 마을의 전설을 발굴하여 30여 편의 전설을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다. 류증선 교수님이 수집한 문경군의 전설에는 그 전설 말미에 인용 전거를 명기하였는데, 편집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학자적 양심에 본의 아니게 타의로 먹칠을 하게 된 것을 두고두고 대단히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다. ‘내고장 전통 가꾸기’문경군편이 출간된 뒤, 전설이 그대로 도용(盜 用)되어 얼토당토않은 자가 전설을 제 것인 양 마구잡이로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암흑천지가 따로 없다.1980년대 중반 경상북도 이강호 교육감은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경북교육감으로 재임용받기 위하여, 경북도내 초등교사에게 부역(?)을 시켜,‘경상북도 지명유래’ 등 대형(大型)의 책자를 연속 발간했다.이강호 교육감의 지역사 연구 시리즈는 전두환 대통령의 의표를 찌르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이강호 교육감은 전두환 대통령과 동향(합천)이었지만 교육감 재임용에는 무용지물이 되었다.특히 ‘경상북도 지명유래’는 사실과 먼 조작이 많아, 두고두고 향토사 왜곡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그 얘로 문경군 점촌읍 영신1리는 속명(俗名)이 ‘한신마’였는데, 영신1리를 맡은 점촌국민학교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한신마’의 유래를 알 수 없어 대담(?)하게 유래를 조작하게 되었다. 왜곡된 내용은, 어느 핸가 동네 농악(풍물)을 하는데 한 사람이 신나게 놀아 한신마로 했다고 어처구니 없는 조작을 하게 됐다. 점촌국교에서 성의를 갖고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화끈하게 정답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한신마’란 영신리(永新里)의 한글 표기다. 한신마의 ‘한’은 크다는 뜻이요, 신마는 새 동네란 뜻이다. ‘한신마’란 ‘큰 세 동네’란 뜻으로 농악과는 아무 관계가 없음을 만천하에 익히 밝혀 두는 바이다. ‘한신마’의 이름은 ‘영신(永新)’으로 되기 전에 이름은 곶신(串新)이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영강(潁江)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곶천’으로 되어 있다. 뒷날 ‘곶천’이 ‘영강’으로 불려지면서 마을 이름 곶신(串新)도 영신(永新)으로 되었다. 경북도교육청이 낸 지명유래의 오류가 집요(?)하게 전승되어, 문경문화원이 낸 ‘문경지명유래’에도 한신마의 유래가 조작된 그대로 더욱 오류를 이어 가고 있으니, 학자적 양심과 향토사 연구의 정확성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오류가 바로 잡히기를 두고두고 주목하겠다. 근자 주간문경에 소개된 모전동의 유래도 문화원 향토사 소장 S씨의 무리한 조작이 겁 없이 인용되고 있다. 문경시 모전동(茅田洞)의 ‘모’(茅)는 ‘띠’모(茅)이지만, 모전의 원이름은 ‘띠밭’이 아닌 ‘섶밭’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필자는 모전2리에서 태어나 모전4동(상신기)에 살고 있다. 점촌국민학교와 점촌중앙시장 사이에는 ‘섶밭티’(茅田偫)란 재가 있었다. ‘섶밭’이모전의 순수한 우리말 표기다. 띠밭, 잔디밭, 되밭 하는 설(說)은 S씨의 자작(自作)으로, 문경지역의 큰 어르신 정용화 교장선생님도 객관성이 없는 자의적(恣意的) 단정을 호되게 비판한 것을 필자는 여러 차례 들었다. 이 기회에 필자는 소회를 확실히 밝혀둔다. 향토사를 기술할 때는 누구의 연구물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책자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면서 자기의 연구물로 도용(盜用)해선 안 된다. 학자적 양심도 없이, 학문적 기초도 안 된 상태에서 자기를 대가(大家)로 포장해선 안 될 것이다. 지금 지역마다 향토사 연구에 열을 뿜고 있지만, 기본이 안 된 연구는 손을 안대는 것만도 못하다. 필자는 학문이고, 정치이고, 예술을 막론하고 올바른 양심과 구도자적 정결이 각별히 요구됨을 누누이 강조한다. 얄팍한 사적(私的)인 명예심으로 향토사에 접근하지 말고, 공자(孔子)님의 춘추직필정신을 21세기에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인용 전거도 없이 남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은 절도행위다.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기본적인 양심과 순수성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 향토사가 바로 연구돼야 올바른 향토사회가 되고, 향토사회가 바보 설 때, 정의로운 나라가 됨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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