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순환경제:바이오가스로 말하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11.05 18:23 수정 2020.11.05 18:23

심 지 연 선임상무관
주한덴마크대사관

1995년 덴마크 전력 생산의 약 5%를 차지하였던 재생에너지는 현재 70%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소비 전력의 100%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예정이다. 전력생산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덴마크는 에너지 전 영역의 녹색 전환을 위해 수송, 가스, 열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량의 약 ¼이 전력인 것을 감안했을 때, 덴마크는 전력 이외의 다른 에너지 소비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일찌감치 눈을 떠 대응을 시작했다.
덴마크는 1966년에 덴마크는 북해에서 천연가스를 처음 발견했다. 자국에서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 소비량 충족이 어려워 덴마크는 여전히 천연가스 수입을 하고 있다. 녹색 에너지 전환에 앞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접근한 덴마크는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에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수요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가스라는 대안을 발굴했다.
덴마크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2012년부터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현재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160여 개가 넘는다. 덴마크의 바이오가스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약 30%로 재생에너지 중에도 단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도시가스망의 총 15%가 바이오가스로 공급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30%로 늘어날 예정이다. 더불어 수송에너지(버스, 트럭)에 대한 대안으로 바이오가스가 활용되며 코펜하겐과 같은 대도시 곳곳에서 바이오가스로 운영 중인 버스를 탈 수 있다. 또한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지닌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저발전원으로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사용한다. 동시에 P2X와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발맞춰 덴마크 내에 가장 활발히 산업화된 분야도 바로 바이오가스다. 음식물쓰레기나 가축분뇨, 하수 슬러지 등 다양한 유기폐기물을 활용하여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 필요한 가스와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로는 질소, 인, 칼륨 뿐 아니라 황산암모늄과 같은 고가의 유안비료를 생산해낸다. 이러한 천연 유기비료는 덴마크 농토 여기저기에 뿌려져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좋은 밑거름이 된다.
우리나라를 살펴보면, 2019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을 위해서 직접 처리한 잔반을 돼지에 급여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전체 음식 쓰레기의 10% 이상을 돼지 농가가 처리해왔던 이력을 고려해 볼 때, 향후 늘어날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또한 2021년 환경부 시행 예정인 ‘가축분 퇴비 부숙도 검사 제도’ 도입으로 기존 낙후하고 영세한 가축 분뇨 퇴비·액비화 시설은 새로운 기준 충족을 위해 증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증설만큼이나 늘어날 악취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다. 이와 같이 향후 1~2년새 발생할 사회 문제를 효과적 대처할 방안으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유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은 바이오가스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은 1페타줄 (PJ) 에너지 생산 당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재생에너지라고 한다. 바이오가스로 1PJ 생산 시 약 635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니, 바이오가스가 일자리 창출과 신규산업 개발이라는 그린뉴딜 목적에 부합한 산업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얼굴에 눌린 마스크 자국만큼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 4~5평짜리 마을 텃밭을 얻어 이것저것 키우고 있다. 처음 해보는 텃밭이니 만큼 이 책 저 책 찾아 읽어 보다가 훌륭한 농사는 ‘좋은 흙’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좋은 흙은 시중에 파는 화학비료가 아닌 우리 몸에서 나오는 똥 오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배웠다. 네살박이 딸아이와 처음으로 오줌을 모아 충분히 발효시키려고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한달쯤 뒤엔 텃밭에 뿌려질 것이고, 그 텃밭에서 자란 열매는 다시 내 밥상에 올라올 것이다. 순환경제를 위한 가정용 바이오가스 플랜트인 셈이다.
우리집 담장을 넘어 사회 곳곳에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그동안 ‘버려’지고 ‘처리’되었던 소중한 자원들을 다시 활용하고, 그 값어치가 충분히 인정받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