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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초적(草笛)’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11.09 17:41 수정 2020.11.09 17:41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끝이 안 보이는 대 역질의 대행진을 국민들이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은, TV조선의 트롯트 대행진과 KBS ‘진품명품’ 쇼가 더 할 수 없는 큰 위안물이 되어 준 것 같다.
평소 KBS TV의 ‘진품명품’ 애청자인 필자는 방송국 사정으로 ‘진품명품’ 방송이 결방이 될 때는 점심을 건너뛰고 싶다. 운 좋게 오늘은(2020.11.8.) ‘진품명품’ 방송이 제대로 방영이 되어, 새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이 더욱 멋져 보이고, ‘우리나라 애국가’ 중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모처럼 적중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오늘 ‘진품명품’ 쇼에 출품된 것은 3건으로, 궁중 화원이 영조 때 그린 ‘청계천 준천(준설)도’와 궁중에서 사용하던 ‘경상’(독경받침대)과 시조집 ‘초적(草笛)’의 3건이었다.
‘청계천준천도’도 대단히 값진 명품 기록화였지만, 필자에겐 ‘초적(草笛)’이 따봉 이었다.
쇼 감정단 위원들은 ‘초적(草笛)’이 무슨 책인지 곧 바로 알지 못하고, MC(진행 아나운서)가 답을 예시해 주자 3명중 1명이 어림짐작으로 가까스로 맞추었다.
‘초적(草笛)’은 ‘풀피리’란 뜻으로, 시조인 김상옥(金相沃) 선생이 1947년에 해방(1945년)후 처음 펴낸(1947년) 시조집으로 ‘봉선화’, ‘백자부’, ‘청자부’, ‘집오리’ 등 명시조가 만원인 값진 시조 작품집으로 해방 후 나온 첫 시조집이다.
그때 김상옥 시인은 경남 삼천포중학교 국어교사였다. 일제의 탄압으로 한글 작품 창작이 금지됐다가 일제가 망하고 나자, 비로소 한글시집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니, 청록집(박목월·조지훈·박두진의 3인 공동시집)이 1946년에 처음 나왔고, 뒤이어 ‘초적’(김상옥 시집)이 1947년에 얼굴을 내 밀었다. 청록파 세시인과 김상옥은 같은 문예지 ‘문장’이 발굴한 뛰어난 자유시인과 시조시인이었다. 초정 김상옥 시인 선생님은 필자와도 깊은 친분관계가 있었다.
필자의 제2시집 ‘청시(靑枾)’의 머리말을 닦아 주셔서 큰 은혜를 끼치셨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초적’은 출판사정이 어렵던 시절에 갱지에 인쇄하여 1천부를 펴내셨다고 했다. 집이 어렵던 삼천포중학교 재학생이던 박재삼은 김상옥 시인 선생님의 ‘초적’을 살 돈이 없어 누른 갱지 공책에 연필로 베꼈다고 한다.
1970년대에 저자인 김상옥 선생도 ‘초적’이 없어, 친한 분에게 차용증을 써 주고 한부 가까스로 빌려, 찾아간 제게도 보여 주지 않을 정도로 특별 관리를 하셨다.
1970년 초 영남지역에는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유일하게 ‘초적’ 1부가 애장되고 있었다. 오늘 ‘진품명품’ 시간에 출품된 김상옥 친필 붓글씨 사본 ‘초적’은 김영복 감정위원이 감정가를 1억원을 매겨, KBS 진품명품 사상 최고 가격의 시집으로 데뷔했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시조집 ‘초적(草笛)’ 초판본(1천부)은 6·25사변(1950년) 여파로 많이 소실되고 가뭄에 콩 나오듯 골동품 시장에는 초판 인쇄본이 300~500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고 김영복 전문위원이 말씀하셨다.
탄생 백주년이 된 초정 김상옥 선생님이 올바른 평가를 받는 해가 되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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