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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11.18 18:01 수정 2020.11.18 18:01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1948년 8월, 런던올림픽에 신생 대한민국이 출전하여 놀랍게도 동메달을 2개나 따서 노메달을 면했다.
당시 동메달을 거머쥔 역도의 김성집 씨 등은 국가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 때부터 64년이 지난 2012년 여름 역시 런던에서 치러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선수단 규모 240명에 메달획득도 예상목표를 초과 달성, 금메달 13개를 획득하여 금메달순위 세계 5위를 마크했고, 총 메달순위는 금13, 은8, 동7 도합 28개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체조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 선수는 비닐하우스가 안방인 하층민이었다. 가난에 굴복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고난도 체조기술을 연마하여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가난하다고 자포자기하고 깽판을 쳤다면 국립호텔의 단골손님이 되었었을 수도 있다.
불운을 잘만 활용하면 행운이 됨을 보여 준 양학선 선수는 인생의 승리자로서, 불우한 청소년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양선수의 불굴의 투혼에 감복한 재벌들도 금고를 열어 2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지원금 5억 원을 지급하게 되어, 응달에 밝은 햇살을 비치게 했다. 양선수의 불굴의 투지와 재벌들의 따뜻한 체온에 감동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저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하여 우리나라 선수로는 독보적인 수영의 천재가 되었다. 박태환 선수의 뒤를 이을 선수가 당장은 없어 아쉽지만, 어느 순간 대타자가 나타날 것이란 희망도 가져 본다.
세계 3위가 된 축구의 동메달, 지금까지 획득한 금·은·동을 통틀어서도 당연 값지다. 런던의 기적을 일궈 낸 홍명보 감독의 계략은 너무 차원이 높고 출중하여 국가의 재상, 국무총리를 맡겨도 탁월한 총리가 될 것 같다. 진정한 스포츠맨은 단순한 기능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두뇌회전도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이 빨라야 한다.
올림픽 사상 초유의 동메달 획득의 기쁨도 몇 초 못가고, 성공에 초치는 변고가 있었다. 박종우 선수의 돌발적인 ‘독도 세레머니’에 대해 IOC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너무 큰 성공에 취하여 잠깐 흥분한 것 같다. 박 선수는 독도 세레머니 전에도 윗옷을 벗어 상반신이 나신이 되었다. 아시아를 제패한 축구선수로서, 세계의 관중에게 교양미를 보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상만사는 호사다마다. 박종우 선수는 순간의 판단착오로 값진 동메달이 박탈 위기에 놓이고,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 같다.
세계4위를 했지만 당당한 매너와 환한 미소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한 장미란 선수는 표정관리가 단연 금메달감이었다. 어렵고도 장기간에 걸친 고된 훈련과 연습을 거쳤음에도, 노매달인 채로 체육계를 은퇴하는 선수들도 부지기수인 것 같다.
이겨도 당당하게 이기고, 저도 비굴하지 않은 떳떳한 사람이 진짜 스포츠맨이다. 메달리스트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석패한 이들에게는 재기를 기원하는 박수를 보내 드린다.
올림픽 실적만 5위가 아니라 이제는 국가 경영도, 국민정신도 빛나는 5위에 진입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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