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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로나19 사태 속 반려동물 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1.05 18:12 수정 2021.01.05 18:12

윤 신 근 박사
수의사

코로나19 사태가 해를 넘겨 이어지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낯선 사람은 물론 가까운 사람과 만나는 것도 피해야 하는 시간이 끝도 없이 지속하자 우울김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코로나 블루 이전에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실제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필동 ‘애견종합병원’에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새롭게 입양한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예방접종을 해주기 위해 찾은 반려인이 아주 많았다.
이런 경향은 반려동물 선진국이자 한국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미국에서 더욱더 뚜렷해 ‘팬더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존재로서 반려동물 가치가 재인식된다면 수의사로서 반갑고 장려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급증한 반려동물들이 시간이 흘러도 반려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올해 국내에도 보급될 백신의 힘에 의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어찌 될까? 정말 좋은 일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한 번 예측해 보자. 지난해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국경이 사실상 막히면서 많은 국민이 해외여행에 굶주린 상황이 됐다.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때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이 반려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코로나19 사태가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더욱더 악화하고, 이로 인해 경제 불황이 지속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고도 싶지 않은 일이지만, 한 번 가정해보자.
수입이 급감하거나 직장에서 내몰린 반려인이 반려동물에게 지속해서 사랑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반려견(당시 반려묘는 많지 않았음)이 하루아침에 유기견으로 전락했던 사태를 경험했다.
팬더믹 퍼피 중 적잖은 수가 충동적으로 입양된 것인데 그 위험성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다. 약 10년 전 일어난 ‘상근이 사태’가 대표적이다. ‘상근이’라는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국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한 뒤 인기가 치솟았다. 이후 그레이트 피레니즈 강아지가 여기저기 많이 입양됐으나 이내 초대형 견종의 한계를 드러내며 파양이 속출한 일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일단 그 반려동물의 특성, 사육 환경, 반려인과의 케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봐야 한다.
강아지 때는 초대형 견종도 아파트나 빌라에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성장하면 방 하나를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은 성장 속도도 무척 빠르다.
소형견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시추, 페키니즈, 치와와, 토이푸들 같은 애완 목적으로 개량된 초소형 견종은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으로 크게 운동 부족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인기 높은 장모 닥스훈트, 웰시 코기, 폭스테리어 등 소형 견종은 운동이 정말 필요하다 이들은 사냥견으로 들과 산을 누비다 애완견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려묘는 반려견보다 그런 면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반려견과 성격이 많이 달라 ‘초보 집사’의 경우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역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가족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충동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조금 더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
선택하는 사람에겐 찰나의 행복일 수도 있는 것이 선택된 반려동물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될지도 모르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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