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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뭐든지 쓰면 다 시(詩)가 되는 시인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1.14 17:59 수정 2021.01.14 17:59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김상옥 시인이 1970년 초에 나(김시종)를 보고, 김시종 씨는 무슨 소재(素材)든지 쓰면 다 시(詩)가 되는 특이한 시인이라고 칭찬에 인색(!)한 김상옥 시인 선생님이 감탄(?)을 하셨다.
그런 시인이 김시종 시인 말고 또 한사람 우리 시단(詩壇)에 있는데 박덕매(朴德梅) 여류시인이라 했다.
박덕매 여류시인은 미모하고는 거리가 먼 건강한 사람으로 시 세계도 건강(튼실)했다.
무슨 소재든 시(詩)로 만들려면 남(독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 나름대로 걸죽(?)한 끼를 아낌없이 발휘해야 생동감 나는 맛깔스런 시(詩)를 건질 수 있다.
아무리 고상한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하루 최저 한번은 뒷간(측간)에 가서 큰 것을 배설해야 한다. 그 때만은 악취를 향기로 착각해야 덜 불행하다.
배변은 인간에게 쾌감을 하사하기 위한 신의 가장 큰 배려일 수도 있다. 설사가 나서 자주 측간을 찾는 것도 못할 일이요, 심한 변비에 걸려 자연스럽게 배설을 못하고 핀셋으로 항문을 접근하는 일도 지극한 난사(難事) 중 난사가 아닐까.
건강의 적절한 정의는 4쾌(四快)다.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 쾌사(快事)다. 쾌식(快食)은 보리밥이라도 꿀맛이라서 식사를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쾌면(快眠)은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코를 베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푹 자는 것이다.
쾌변(快便)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은 집(뒷간)에 가서 큰 것·작은 것을 시원히 비우는 일이다. 쾌사(快事)는 낮일(직장)·밤일(침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을 정의한 것보다 필자가 말하는 사쾌(四快)야 말로 건강의 바로미터일 터이다.
필자가 시인 박성철 교수에게 보내드린 필자시집의 ‘인간적’이란 시가 생각나서 박시인이 잠결에 웃어대다가 놀라 잠을 깬 박교수의 영부인에게 박성철 교수가 점촌의 김삿갓 김시종의 시 ‘인간적’을 이실직고(以實直告)하여 박성철 시인의 영부인도 폭소했다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걸죽한 김시종 시인의 ‘인간적’이란 시 속으로 들어가 볼까나.
(시) 인간적 / 김시종
똥 누는 일은 거룩한 일이다.
새벽 예불은 안 가는 이도
식전측간(厠間)은 가는 법이다.
변비에 걸려 안간힘 쓰기 전엔
똥 누는 일이 거룩한 줄 모른다.
향내 나는 예불보다 거룩한 줄 모른다.
방귀 뀌는 일은 성스런 일이다.
대수술을 마치고 방귀를 기다린다.
칠년대한(七年大悍)에 비 기다리듯
온 식구가 며칠째 밤 새워 방귀를 기다린다.
방귀를 뀌는 것은 거룩한 일이다.
성인도 방귀를 뀔 때가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다.
(백화문학)
<덧말> 김시종의 시를 읽기 전에 시(詩)를 읽었다고 말씀도 마세요. 필자의 시편들은 애독자들을 행복의 나라로 곧바로 안내해준답니다. (망언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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