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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신근의 반려학개론] “우리 개는 물지도 몰라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1.26 18:21 수정 2021.01.26 18:21

윤 신 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견주들의 말:우리 개는 안 물어요!
지난 12일 뉴시스를 통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이 칼럼의 세 번째 ‘맹견과 반려인의 자격’에 올라온 독자 댓글 중 하나다. 일부 반려인의 무책임한 말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 역시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처럼 무책임한 말은 없다고 단언한다.
반려인이 반려견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자칫 비반려인이나 다른 반려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삼갔으면 한다.
필자는 30여 년간 수의사로, 대학 외래 교수로서 수많은 반려견과 반려인을 만나왔다.
그중 많은 분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호언장담했으나 적잖은 반려견이 잠시 뒤 필자에게 ‘입질’을 했다. 곧 밝혀질 ‘거짓말’을 한 반려인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 “원래 안 무는데 오늘 왜 이러지?”
수의사는 물론 미용사, 훈련사 등 반려견 전문가도 갑자기 공격해 들어오는 개에게 허를 찔려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가 생겨 현장을 떠난 수의사나 미용사, 장애를 갖게 된 훈련사도 있을 정도다.
물지 않는다는 말이 어불성설임을 익히 알아 늘 조심하는 전문가도 그러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말만 믿다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일부 반려인은 자신의 그릇된 믿음을 ‘행동’으로 표출한다. 그 결과 거리에서, 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반려견을 바닥에 놓아두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물지 않는 것은 반려견이 행동으로 해야 하지 반려인이 말로 대신할 일은 아니다.
반려견이 물지 않는 대상은 반려인 등 ‘가족’뿐이다. 개는 자신과 반려인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소형견이나 초소형견은 몸집이 작은 만큼 집 밖으로 나오면 불안감이 더욱더 심해진다. 그래서 평소 순하던 반려견도 낯선 사람이나 개에게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대하는 일부 사람의 ‘실수’다. 대부분 동물, 특히 개를 좋아하다 보니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반려인에게 “혹시 만져봐도 돼요?”라고 묻고 허락을 얻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려인도, 만지려는 사람도 주의를 기울이니 위험도는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어린이나 젊은 남녀 중에는 말보다 손이 빠른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문제다. 중대형견이라면 대체로 쉽게 손을 뻗지 못하지만, 소형견이나 초소형견이면 만만히 여기고 만지려는 일이 잦다.
가뜩이나 불안한 심리 상태에 놓인 반려견은 낯선 사람의 손길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오해해 반격할 수 있다. 이유나 원인, 진실은 묻히고 개가 사람을 문 ‘사건’만 남아 그 개와 반려인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만다.
외출할 때 반려견에게 목줄을 반드시 해주고, 다소 성격이 있다고 여기면 ‘5대 맹견’(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혼종))이 아니더라도 입마개를 착용하게 하자. 이런 귀찮은 일들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의 반려견을 위한 배려지만, 사실은 내 반려견을 위한 ‘안전벨트’일 수 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보다 “우리 개는 물지도 몰라요!”라는 말이 어쩌면 반려견에 대한 ‘찐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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