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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5산문집(散文集) ‘이팝나무꽃’과 ‘신의 은총’ 유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2.22 18:29 수정 2021.02.22 18:29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일흔이 훨씬 넘는 노령(고령)으로 딴 문인(文人) 같으면, 벌써 절필(絶筆)했는데, 나는 독종도 아닌 순종(順種)임에도 빠짐없이 한해 한·두권씩 개인 시집을 십 여년 계속 펴내, 부러움을 넘어 시샘까지 받았는데, 3년 전부터 연 두권 시집을 펴낸 것이, 한권으로 감량 조절했다.
그나마도 2020년은 코로나 대역질 땀시롱(땜에) 내 정서(서정)에도 먹구름이 끼어, 시집을 낼 형편이 못되어, 44시집 대신 5산문집 ‘이팝나무꽃’과 ‘신의 은총’을 내게 됐다.
시집은 43권이나 냈지만, 수필집은 4권밖에 못 내어, 마음이 캥기었는데, 5산문집을 내게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다. 정상적인 사람은 손가락이 다섯이다. 나도 산문집을 다섯권을 펴냈으니, 다섯 손가락을 다 꼽을 수 있게 되었다.
5산문집은 1969년 수필가로 등단(현대문학)했으니, 그동안의 주요작품을 빠짐없이 싣는 방법도 있겠지만, 팔순노옹(八旬老翁)이 되고 보니, 활동력이 그 전과는 비할 수 없어,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여, 2020년 세명일보에 연재한 칼럼 52편을 실어, 5산문집 한권을 엮기로 했다. 세명일보 지난해 발표분도 편집을 하고 보니, 43편이 되었다. 5산문집 편집을 맡아주신 선진인쇄사 권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5산문집 출판을 맡아주신 대구 유성에드 최훈식 사장님의 꾸준한 협조에 각별히 고마움을 느낍니다. 발행부수도 많이 내지 않고 약소한 부수를 유지하여, 증정부수도 따라서 최대한 줄여, 꼭 보셨으면 하는 분께만 근정했다.
판형은 대판(A4) 114면인데, 책을 받으시자마자, 완전독파 해주시고, 전화로 독서 소감을 상세히 말씀해주셔서, 저자로서 보람을 담뿍 느끼게 해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제시의 향토사학자 이승철 수필가는, 실린 43편을 한편도 안 빠지고 정독해주셔서, 82세의 노옹 이승철 작가님을 혹사한 것 같아 너무 고맙고, 아주 송구스럽기도 했다.
필자가 빈농의 유복자로 태어나, 만난을 극복하고 문교부시행 중등교사자격고시검정시험에 합격하고,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초·중·고·대학교육을 빠짐없이 이수한 데 찬탄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승철 작가는 나와 같은 동시대 사람이 되어, 나를 너무 확실하게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주셨다. 마음의 동반자가 생겨, 5산문집을 낸 보람이 너무 크다. 5산문집을 받고, 완전독파를 하고 두 번째로 우리 안방 전화벨을 울린 것은, 문경중 24회 졸업생 제자 김두식 대사였다.
김두식 대사는 학창(중·고)시절 바로 우리 옆집에 살아, 나도 김대사 유년시절을 너무 꿰뚫고 있고, 김 대사도 어려서부터 이웃인 나를 관심을 갖고 보고, 존경심을 키워온 모양이다. 나물 날 곳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김 대사를 두고 한 말이다. 중등교원(중·고교사/교감/교장)으로 34년 6개월을 복무하며 제자들이 몇 천명 되지만, 가까운 제자 중 고위층 외교관이 된 이는 김두식 대사(전직 콜럼비아대사) 밖에 없다.
김두식(대사)은 바로 옆집이고, 늙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학급 담임 교사였다. 김 군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살폈다.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담임교사의 권능은 없었기 때문에, 집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학업성적과 조행이 모범생이라서, 수업료 면제의 혜택을 마땅히 배려해야 했다.
김두식 대사는 외무고시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 출신도 아니지만, 면적 114만 평방 킬로미터의 남미의 대공화국 콜럼비아대사로 임기를 마친 것이다.
김두식 대사는 주재국인 콜럼비아가 6·25 한국전쟁 중에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오늘의 한국이 되도록 큰 힘이 되어준 것을 바르게 깨닫고, 노옹이 된 참전용사들을 방문 위로하고, 식사대접을 하여, 인생의 황혼길을 가는 그분들에게 큰 격려가 되어준, 슬기로운 대사로 국위선양에 크게 이바지했다.
나를 스승으로 존경해서,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외교관으로 공직생활을 하여 특히 애국심이 투철했던 것 같다.
김대사가 내가 보내준 5산문집을 우체부가 배달하자마자, 43편을 독파했단다. 어려서부터 스승인 나를 존경하고 수범해왔기에 작품 43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단다. 이제 영예로운 대사임무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인생 2모작이 풍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에 낸 5산문집 ‘이팝나무꽃’과 ‘신의 은총’을 읽고 공감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문학상(文學賞)을 받은 것보다 더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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