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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괴전화 궁금증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3.08 18:34 수정 2021.03.08 18:34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전화같이 고마운 문명의 이기가 없다. 오래 만나지 못한 지인(知人)도 모처럼 전화를 해주면, 직접 만난 것 못지 않게 반갑다.
며칠 전(3월 2일) 시내 외출했다가 돌아오자마자 신관에 설치한 전화벨이 세 번 울렸다. 내가 외출했다가 신관에 들어오자마자 세 번 전화벨이 울리고 받으려고 전화기 앞에 서니, 뚝 끊어지고 말았다. 겨우 전화벨이 세 번 울리고 전화를 끊으니, 나로선 어디서 전화가 오다 말았는지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부풀 수밖에 없다. 궁금증이 발동(?)하여, 전화를 내게 할 만한 사람 다섯 군데에 전화를 해봤지만, 내게 전화를 건 일이 없다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내게 꼭 전할 사연이 있다면 다시 전화하겠지 하고, 벨이 다시 울리기를 기다렸지만, 그날 하루 동안은 다시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행여 내 전화번호를 아는 정박아가 장난전화를 건 것이 아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이튿날 초저녁(밤 8시경)에 서울에 사는 투철한 작가동지(作家同志) 중견 서경희 수필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 전화를 했더니, 안 계시더라고 했다. 어제 낮 12시경에 벨이 세 번 울리고 끊어진 전화의 주인공이 절로 밝혀졌다. 소중한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전화벨이 다섯 번 울리기까지 기다려주시면 고맙겠다고 말씀을 드린 것 같다.
얼마전에 제가 보내드린 김시종(金市宗) 제5산문집(散文集) ‘이팝나무꽃’과 ‘신의 은총’을 감명깊게 읽었다며, 5산문집을 보내주셔서 고맙고, 출간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2020년은 코로나 대역질땜에 여러모로 불편도 컸지만, 그 와중에도 ‘계간문예 산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서 기분이 산뜻 하단다. ‘계간문예’는 시와 산문(소설·수필) 중 그 해에 ‘계간문예’에 발표된 작품 중, 시 1편·산문 1편을 뽑아 문학상을 주고 있는데, 해당작이 없는 부문에는 시상을 하지 않는 깔끔한 문학상으로, 상금은 50만 원을 상징적으로 주지만, 상금을 떠나서 공정한 문학상으로 문단에서 입지가 탄탄한 문학상이란다. 나도 서경희 작가의 ‘산문 최우수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시와 수필을 겸업하는 필자(김시종)로서도 서경희 작가는 한국 수필가 중 가장 수필을 잘 쓰는 현역 수필가 중 제1인자라고, 서슴없이 평소 공언(公言)했다.
두 번째 괴전화의 주인공은 풍자시인 정대구 사백이다. 정대구 사백은 1939년생(화성시)으로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나의 친구 우철동씨’ 당선으로 등단한 풍자시의 대가로 평생을 풍자시 창작으로 일관하여 한국시단 풍자시인으로 확고한 입지를 닦았다.
필자는 실력있는 문학가 중, 운이 없어 수상을 못한 작가를 골라 주기 위해, 도예가 천한봉 사기장을 졸라, 도천문학상(陶泉文學賞)을 제정하여, 정대구 시인을 발굴하여, 도천문학상을 드렸는데, 그 후 명지문학상을 받는 경사가 있었다.
정대구 시인은 도천문학상 시상식날 식장에서, 도천문학상을 제정한 천한봉 도예가님께 시집을 근정하면서 시집 첫 장 여백에 ‘천한봉도백(千漢鳳陶伯)님께 정대구 근정’이라 적었다. 나는 정대구 시인의 위트에 감탄했다. 도예가는 미술(공예)을 하지만, 존칭을 ‘화백’이라고 쓰기엔 뭣하고 난감한 일 같은데, 정대구 사백은 즉석에서 천한봉도백(陶伯)이라고 멋진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었다. 도백(陶伯)은 도지사(道知事)의 존칭인, (道伯)과 같은 발음이라, 너무 멋졌다.
오랜만에(2021년 3월 6일) 정대구사백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니 만난 것 이상으로 반가웠다. 시문학 3월호에 시 3편(돌리도/목욕재계/눈 오는 날)을 발표했는데, 세편이 모두 기발하고, 내용이 너무 새틋하여, 팔순노옹(八旬老翁)이 아니라, 이팔청춘(二八靑春)같다고 감탄을 하셨다.
애독자제현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기 위해, 세 편중 ‘돌리도’ 1편을 전문(全文) 공개(公開)한다.

(시) 돌리도 / 김시종

명가수 서지오의 대표곡 ‘돌리도’의
뜻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전혀 없어,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아마추어들이,
‘돌리도’를 부르면서
정신없이 히프만 돌려대는데,

이 곡의 작곡자 박현진 선생의
말씀에 따르면,
‘돌리도’가 ‘돌려줘’의
경상도 사투리란다.

이 말씀을 듣고 나니,
전국노래자랑이 더 재미 있다.

떼먹은 사랑은
돌려주지 않고
죄 없는 히프만 뱅뱅 돌린다.
엉뚱맞게 히프만 돌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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