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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경찰활동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3.16 18:18 수정 2021.03.16 18:18

김 소 연 경장
포항북부서 피해자전담경찰관

‘경찰’과 ‘회복’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다. 2020년 4월 포항북부경찰서는 ‘회복적경찰활동’ 시범관서로 지정돼 운영됐고 가·피해자 모두 90% 이상의 만족도를 보여 2021년 본격적인 회복적 경찰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범죄처벌에 그치지 않고 가·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경찰과 대화전문기관이 주관하는 대화모임에 참여해 피해회복과 재발방지에 초점을 둔 경찰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학교폭력, 층간소음, 절도, 가정폭력 등 여러 범죄 영역에서 당사자 간 대화와 화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간 재범방지 효과가 매우 높고 이는 결국 공동체 치안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 제도를 경찰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피해자전담경찰관인 나는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지. 과연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까’ 의심했다.
그러나 나의 의심은 완전히 틀렸다. 작년 시범관서 지정 후 첫 대화모임을 잘 마치고 가·피해자를 배웅할 때였다. 피해자가 나의 손을 잡으며 “남편과 30년을 살았지만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언성 높이지 않고 진심을 다해 대화를 해본 적이 처음이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 순간 이 제도에 대한 나의 의심이 몹시 부끄러웠고 동시에 오랜만에 느낀 보람에 마음이 울컥했다. 그때의 기분을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부부의 안부가 궁금해 1년 만에 통화를 했다. 피해자는 “가끔 위기가 있지만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예전처럼 싸움이 커지지 않아 경찰에 신고할 일이 없었다. 그동안 경찰관님 안부가 궁금했지만 손녀도 태어나고 사는 게 바빠 연락을 못 드렸다”라며 예전과 다르게 피해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대화모임 이후 112신고 없이 1년 동안 서로 노력한 가해자·피해자에게 너무 감사하다.
부부관계를 포함해 공동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처벌과 같은 응보적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공감과 이해의 회복적 대화로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공동체성을 살려낸다면 스스로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책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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