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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름다운 자취, ‘펜경북 여섯권’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07 18:02 수정 2021.04.07 18:02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경북지회장(2代)으로 당선되어, 연간문학잡지인 ‘펜경북’을 여섯권(6~11집)을 펴내고, 임기를 보람있게 마쳤다.
나는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면서, 내가 국제PEN한국본부 경북지회장으로 임기 중 어떤 일을 해야, 나중까지 보람있는 일이 될까 생각하니, 정답이 곧바로 도출됐다.
경북펜의 연간문예지를 임기 중 최선을 다해 좋은 문학지로 가꾸기로 작심을 했다. 회원수도 적고 재정도 열악하여, 회지(會誌) ‘펜경북’을 한해 한번 안 빠지고 낸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내용도 충실하고 책 볼륨도 11집은 300쪽이 넘는 문예지로 키웠다.
좋은 일을 하는 만큼 내 뚝심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다. 회원들에게 작품 편수를 제한하지 않고, 자기능력껏 발표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수준 높은 작품도 발굴할 수 있었다.
질 높은 작품을 싣는 것이, 펜경북의 위상을 높이고, 발표 작가가 문단의 인정을 받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필자는 회장으로서, 수준높고 감동적인 권두언을 매호 선보였고, 전공인 시와 수필을 여러편 실어, 문학인으로서 저력을 보여주게 되었다.
필자는 ‘시(詩)’란 산만해선 안 되고, 맵시 있는 여인의 미니스커트처럼 짧을수록 좋고, 재치있는 5분 스피치(speech)처럼 간단명료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해왔다.
펜·경북 8집(2014년)에 실린 단시(短詩) 5편을 애독자들에게 보여드려, 마음에 느낌이 오는지 검증받고자 한다.

1. 길
부드러운 흙도
사람이 그 위로 다니면
단단한 길이 된다.
사람은 자기가 만든 길을 밟고
길 위로 걸어 다닌다.

자기가 만든 길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길을 만들며 사는 것이 인생이요,
막힌 길을 열며 사는 게 사람이다.
(2014년 펜경북 8집)

2. 회춘(回春)
‘고향이발관’ 이발등이 세차게 돌아간다.
고향이발관 조운성 사장님은
올해 일흔넷인데,
이발등 회전속도는 이팔청춘이다.

이발등만 활기찬 게 아니라,
바야흐로 조사장님도 풍문에 회춘중이시다.
(2014년 펜경북 8집)

3. 여론
목련나무 밑둥에다 소피를 보는데,
새들이 내려다보고 지껄인다.
어르신네 거시기가 좀 머시기 하군요.
(2014년 펜경북 8집)

4. 생각하기 나름
대머리가 되어 시력이 좋다.
백발에 염색할 필요가 없어,
시력을 끝까지 해치지 않기 때문.

집 앞 도로가 덜 직선이어서 좋다.
차가 질주할 수 없어,
안전보행이 가능하기 때문.
(2014년 펜경북)

5. 음악
기타줄을 고문하여,
음악을 만들어낸다.

손끝의 아픔이,
마음의 아픔으로 전이된다.
떨림이 떨림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떨림이 감동의 폭풍을 창출한다.

(2014년 펜경북)
<덧말> 애독자님들, 단시(短詩) 5편을 재밌게 보셨나요? 필자의 단시(短詩) 예찬론이 뻥이 아닌 걸 확인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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