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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이 담아야 할 것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11 17:27 수정 2021.04.11 17:27

성 문 주 부연구위원
국회미래연구원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 1896-1980)는 본래 생물학 연구자로 교육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3명의 자녀를 기르면서 그들을 관찰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지발달 이론을 제시하면서 교육학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장 피아제와 같이 학문적 이론을 제시하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자녀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학습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양육의 주체인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태학적 접근 및 전생애적 관점에서 인간발달을 다루는 연구들은 부모-자녀 관계는 자녀의 생애초기 발달과 부모의 성인기 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호적이고 양방향성을 가진 관계임을 강조한다.
성인기 부모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부모-자녀 관계를 통한 부모의 학습은 평생학습의 정의와 일치한다. 평생학습이란 일상적 경험과 삶이 학습의 소재가 되고, 학습의 결과가 삶에서 실천되는 학습이라 정의될 수 있는데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배움을 얻고 이러한 배움은 다시 자녀와의 관계 및 타인과의 관계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자녀라는 주요 타자와의 관계는 시간이라는 양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나의 자아와 타인의 자아가 깊이 만나는 밀접한 관계라는 질적인 측면에서 자신과 타인, 관계, 성장, 인생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평생학습의 장이 된다.
학습은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수반하는데 이러한 변화가 개인과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주는 바람직한 변화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부모-자녀의 관계를 통한 성인 부모의 학습이 부모 개인과 가족, 공동체 및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학습을 촉진하는 것, 이것이 바로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의 핵심요소가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목표와 내용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하는 한 축이 부모의 자녀양육 태도 및 역량 향상이라면, 또 다른 축은 부모의 자아 발달과 전인적 성장이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결과로 전자는 자녀가 생애초기 발달과업을 잘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건강한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부모 역할의 정의와 정체성 형성 및 자녀와 타인에 대한 관점 변화, 양육과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개념 정립, 삶의 의미 정의 등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이다.
현재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한 주체에 의해 개발·운영되고 있으며 정부 및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수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자녀 발달단계에 대한 지식과 자녀와의 상호작용 역량 향상,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 참여 장려를 위한 교육정책 개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이러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부모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자녀 교육의 목적을 생각해보고, 삶의 의미를 탐색해 나가는 등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의 성찰을 통한 학습 측면은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부모-자녀 관계를 학습의 소재로 하여 부모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고 이러한 성장이 공동체와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로 연결되도록 내용적 측면에서 향상이 필요하다.
또한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에는 성인학습의 원리가 비중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생애초기 발달 관련 지식과 자녀와의 상호작용 기술을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상에서 강의식으로 전달하는 교수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부모의 존재론적 인식과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같은 보다 깊은 수준의 학습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다.
생활에서의 경험을 성찰을 통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관점을 형성해나가기 위해서 성인학습은 지식 전달 보다는 학습자의 경험을 소재로 하고, 학습자의 자발적·주도적 참여와 동료 간 피드백과 질문을 통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학습을 촉진해줄 수 있는 학습 촉진자(learning facilitator)로서의 교수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획득되는 부모의 실천적 지식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삶에서의 지속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정부 및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평생교육으로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자녀 양육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획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인기 부모의 학습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 학습공동체 형성을 지원하고, 평생교육사의 학습촉진자 역할 수행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등 성인학습 원리에 적합한 효과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 구성과 실행 방법에 대한 고민과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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