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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화에서 찾는 ESG경영 철학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12 18:35 수정 2021.04.12 18:35

김 효 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대표이사

민화를 배운 적이 있다. 우리나라 민화는 작가가 미상인 보통사람이 그린 대중적인 실용화를 말한다. 민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화려한 색에 반하고, 또 전달하는 내용과 위트에 반한다.
커다란 모란은 부귀를 의미하고 함께 그리는 바위나 나무, 나비와 어우러져 장수를 빈다. 또 호랑이도 자주 등장하는데 까치와 함께 부패한 위정자를 비꼬면서 억압되고 힘든 사회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눈높이 맞는 문화를 통해서 이웃과 생각을 교류했던 것 같다.
민화를 언급한 이유는 민화야말로 눈높이 문화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느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요즘 기업들이 ESG경영에 대한 의지를 많이 표명하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그동안 정책이 정책에서 끝났다면 이제 기업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SG경영이 기업들을 움직이는 큰 기준이 된다는 것은 민화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것처럼 기업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글로벌화되었다고 평가된다.
때론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우리의 기업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접하고 있다.
특히 요즘 ESG경영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직원들 대상 서베이를 하다보면 직원들이 글로벌 아젠다와 정책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옛날에는 컨설팅이 단순 정보를 전달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정보는 이미 공공재가 되어 대중화되었다. 기술의 힘이다. 정보를 좀 더 나은 지식으로 만드는 능력 또한 많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요즘 컨설팅을 하려면 정보도 중요하지만 선별 능력은 물론 분석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ESG경영은 특히 분석능력과 철학이 중요하다.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평가하는 잣대도 달라졌고, 평가하는 눈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결국 ESG경영은 신뢰경영이다.
신뢰는 하루 이틀에 얻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자에게 주어진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모두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기업들이 있다. 어둠 속의 빛은 더욱 찬란하다. 즉 코로나 팬데믹 속에 신뢰를 얻은 기업은 그 미래가 더욱 밝을 것이다.
ESG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다. ESG금융이 먼저냐 탄소중립이 먼저냐 하면 마치 달걀과 닭과 같아 대답하기 어렵다. 즉 금융이 있어야 정책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화정책과 금융이 함께 존재하므로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염려되는 바가 있다.
첫째는 ESG 남용이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ESG를 갖다 붙여 면죄부 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ESG경영의 오용이다. ESG경영은 ESG금융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ESG금융은 투자를 받을 곳과 투자를 받지 못할 곳을 가린다. 즉 ESG금융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여 경영오류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셋째, 묻지도 따지지 않는 따라하기 식 ESG경영이다. 자기 몸에 꼭 맞는 ESG경영을 찾아야 한다. ESG경영은 명품이 아니다. 눈만 높다고 ESG경영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SG경영은 기업 고유의 가치와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몸에 꼭 맞는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ESG경영이 된다.
끝으로 ESG경영을 하고픈 기업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하나는 절대 혼자 하지 말라는 것. 이해관계자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전략을 만들기 바란다. 또 하나는 전문가를 고용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우리는 때론 후한고 때론 박하다.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는 가능하다. 나머지 하나는 오늘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안다.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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