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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진정한 탄소중립, 다차원적 정밀 설계가 필수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13 18:15 수정 2021.04.13 18:15

서 균 렬 교수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2035년까지 미국 내 ‘탄소중립’을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 돌발변수를 만났다.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와 올 겨울 텍사스 대규모 전력 대란을 보면 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가 이상 기후에 얼마큼 취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의 오래된, 뒤처진 전력기반의 민낯까지 드러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두 사례에서 보듯,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으로 볼 때 캘리포니아는 세계 5위, 텍사스는 9위로 우리나라와 버금가는 규모다.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21세기 들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각각 전력망을 구축했지만, 어느 쪽도 기후이변에 제대로 맞설 수는 없었다. 올 2월 텍사스는 추위에, 지난 8월 캘리포니아는 더위에 무너져내렸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당시 40도까지 치솟는 혹서로 냉방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계통에 과부하가 걸려 순환정전까지 했지만, 이틀간 74만 가구가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텍사스에서는 유례없는 폭설과 혹한에 전기가 끊긴 주민이 400만 명을 넘었다. 치솟는 난방용 전기를 전력망이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기술과 시장을 바탕으로 가용한 전력 자원을 골고루 쓰는 탄력적 정책이 답이다. 전력에 선악이나 호불호(好不好)가 있을 수 없다. 무늬가, 색깔이 다를 수도 없다. 특정 전원에 얽매이거나, 무작정 버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최근 빌 게이츠는 인류가 당면한 기후재앙을 비껴가기 위한 해법을 15년간 학습하고 고민한 결과를 담아 펴냈다. 결론은 지구온난화는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지만, 기술혁신을 일으켜 빠르게 대처한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늘어만 가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면서 탄소중립에 다가가려면 무탄소 첨단 원자력이 필수라는 결론이다.
탄소감축에 도움이 되는 태양, 풍력, 수력, 전지, 수소 등의 가용성과 한계점을 탄소 감축 비용이라는 잣대로 정량화하면 원전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시간적, 지역적 제한으로 주전원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각국이 탄소중립에 언제 이르게 될지, 과연 이르게 될지, 그러려면 지구촌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각국이 넘어야 할 장애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숙의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탄소중립으로 다가가려면 민주적 논의, 객관적 통계,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다차원적, 국가 수준의 정밀 설계가 필수다. 특정 에너지원밖에는 없다는 단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이 구호나 선전으로 이뤄질 수도 없다. 우리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 발전에 취해 자연이 내미는 불과 물의 재앙에 그대로 떠밀려갈 것인가?
여러 과학 논문을 종합해보면 2035년까지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2100년 무렵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일사불란하게 급격하고, 선제적 기후변화 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할 수 있는 시한은 이미 지나는지도 모른다.
신재생과 원자력의 비중을 해마다 5%씩 늘리려고 하면 늦어도 5년 안에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과 원자력 비중을 해마다 2%씩 늘리는 온건한 기후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한은 이미 넘겨버렸는지도 모른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 제거하지 않는 한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한마저 다해가는지도 모른다.
기술보다 시간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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