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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선집(詩選集) ‘삶의 의미’ 미리 들여다 보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21 18:16 수정 2021.04.21 18:16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문단 등단 55년차 팔순(집 나이) 김시종(金市宗) 시인의 시선집(詩選集) ‘삶의 의미’가 올해 4월중에 빛을 보게 됐다.
익명을 요구하는 김시종 시인의 S중학교 교사시절 애제자(愛弟子)인 A작가가 작심하고 자원봉사하여, 김 시인의 40권이 넘는 시집과 수필집을 꼼꼼이 읽고, 2년이 넘게 걸려, 시 100편과 수필 10여편을 정선(精選)하여, 시선집 ‘삶의 의미’를 헌정받게 됐다.
문단경력 반세기가 넘는 중진시인의 시선집 편집을 자진하여 한 것은 보통 용기와 결심이 아닐 수 없다. 칭찬보다는 무식할수록 용감하다는 악담(惡談)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시종 시선집 ‘삶의 의미’를 2년에 걸쳐, 매만진 것은 보통 노고가 아니었다. A작가는 평범한 주부문인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지사장의 중책을 맡은 이 땅에서 가장 바쁜 직업인이기도 하다. A작가의 고마운 뜻이 틀림없이 좋은 시선집이 되어, 그간의 노심초사에 보람있는 좋은 평가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내 시선집에 실을 시 선정도 타의 위주였다. 김시종 시선집 ‘삶의 의미’엔 엄선된(A작가 선정) 100편의 시가 5부로 나눠, 실리게 됐다. 애독자제현에게 4편의 시를 미리 소개하니, 시선집 ‘삶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은 주요 서점이나, 필자(김시종)에게 연락하면 된다. (2021년 4월 말경 이후)

1. 자유
무장해제를 해야 자유를 얻는다.
서재에 볼펜을 두고, 외출을 했다.

반세기를 호주머니에 볼펜과 메모지가
동반자가 되어 지냈다.

오늘은 깜빡 잊고
볼펜을 빠뜨리고 외출했더니
머릿속에 생각들이 자유를 얻어서
더없이 기쁜 모양이다.

머릿속에 꽉 찬 생각을
메모지에 곧바로 적지 말고
생각들이 제멋대로 놀다 가도록
가끔 볼펜없이 비무장으로
외출해야겠다.
(2013년 시문학)

2. 억새
억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의를 한다.
중지(衆智)를 모아 흐뭇하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사람 사는 세상에도
제발 좀 싸우지만 말고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으라고
슬기로운 흰 머리들이 타이른다.
(2001년 10월호 월간문학)

3. 삶의 의미
만원 버스에 한 사람이 타고 내려도,
아무 표도 안 나듯이,

오늘 요단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도,
지구의 하중엔 하등 변함이 없다.

너의 눈에서 눈물의 폭포가 쏟아져도
강물은 조금도 불어나지 않는다.

너의 웃음이 호들갑스러워도
가지를 스치는 바람만큼도
나뭇잎을 흔들리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너의 조그만 힘이,
너의 조그만 눈물이,
너의 조그만 웃음이,
지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1989년 전력문화)

4. 수로가(水路歌)
귀 막아도
석면으로
귀를 막아도
수로부인을 내놔란
외오침이 곧잘 들린다.

수로부인을 풀어 달란 외침은
밖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어쩜 용왕의 내면에서도
스스로 큰 소리치는 것이었다.

일만어족을 거느리는
짐(朕)의 위세로서도
뭇입(衆口)은 불감당(不堪當)이로구나.
창맹의 입은 항문보다도 더러운 지고.
수로부인을 내놔라! 내놔라!
용왕은 되려 소리에 붙들린다.

이글이글 진노가 치솟을수록
용왕은 대중 속으로 침몰한다.
(1975년 시문학 3월호)
<덧말> 재밌게 잘 읽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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