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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농도가 아닌 ‘총량’이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4.27 18:09 수정 2021.04.27 18:09

서 균 렬 교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의 처리 방안을 결정했다는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했다. 심지어 획기적 조치라고도 추켜세웠다. 미국이 일본을 감싸주고, IAEA가 받쳐주는 형국이다.
하지만 일본이 선택한 오염수 처리 방법은 기술적으로도 불완전하고, 국제 관행에도 어긋난다. 원전 정상 운전과 폭발 사고의 차이마저 무시한 무책임하고 소승적인 결정이다.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모두 원전 사고를 자국 내에서 수습했다. 공해에 갖다버리려는 건 일본이 최초다. 한국을 필두로 중국이, 국제사회가 막아야 한다.
방사능은 핵연료가 녹아내리지 않는 한 연료봉, 피복재, 원자로, 격납건물 등 다단계로 차단돼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에서는 이런 방호벽이 모두 무너졌고,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와 뒤섞여 지금도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는 설령 맑아 보일지라도 엄연히 오염수다. 남아있는 방사선은 아무리 희석한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위해하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이 1%만 유출되었다면 히로시마 원폭에 비해 30배, 10%가 누출되었다면 300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이 미국의 동조가 반도의적이고, IAEA의 환영이 반인륜적이다.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누출은 막지 못했지만, 정보 유출은 잘 막았던 일본이다.
사고 발생 후 10주 넘게 진실을 축소하고, 사실을 왜곡했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10년 지난 자금 자국의 기술과 자료를 믿으라고 하는 것인데, 물론 저장용기에 포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초기엔 대량, 현재도 일정량 원자로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누출되고 있으며, 빗물과 원자로 밑을 흐르는 지하수에 실려 해안가로 유출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부터 4월 7일까지에는 하루에 100조 베크렐(Bq)이 원전 배출구를 통해 무단 방류되었으나 점점 줄어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배출되는 방사성 오염수에는 농도 기준만이 있을 뿐 총량 기준이 없다. 더욱이 2년 후 방류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방사성 오염수가 기준치 이하여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방사성 오염수는 2011년 당시 원전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 원전을 냉각시키면서 대량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오염수는 수조에 보관되고 있었으나 이 오염수가 원전 내부뿐만 아니라 오염수 저장용기에서도 유출되고 있다. 이 유출된 방사성 오염수가 빗물과 함께 2012년 1월부터 바다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하루 400t의 지하수가 원전 지하를 지나가 방사성 오염수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현재 140t씩 저장용기에 모은다고 하면 나머지 260t의 행방이 묘연하지 않은가?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서 삼중수소를 앞세우는 것은 요체(要諦)를 물타기 하려는 꼼수다. 골수에 쌓여 혈액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90, 삼중수소보다 반감기가 500배, 생물농축계수는 5만배 높은 탄소14 등이 그것이다. 최악의 원전 사고에서 발생한 오염수와 정상 운전 중 배출수를 일본이 먼저 비교하자는 것은 자충수(自充手)다.
무엇보다 스트론튬과 세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게다가 문제는 농도가 아니라 총량이다. 희석으로 농도를 떨어뜨릴 순 있지만, 총량을 줄일 순 없다. 하늘로 증발하고, 바다로 침전하며, 어느날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 저녁 밥상에 오를 수 있다.
방사선은 전자(電磁)파보다 훨씬 더 강력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이 사뭇 크다. 전자파만 해도 화들짝하는데 방사선 무서운 줄 모르면 안 된다. 우린 지금 상식이 불통하고 양심이 실종된 행성에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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