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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노산 이은상 선생의 명시조 ‘사랑’과 ‘이 마음’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5.11 18:35 수정 2021.05.11 18:35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중·고시절(12세~18세)부터 못 말릴 문학 소년이던 필자는 25세에 중앙일보 신춘문예(1967년)에 당선하여 기성시인이 되고 나서, 시인경력이 만 54년이 되었다.
개인시집 44권·수필집 5권(1967년~2021년)이 되고, 내 손을 거친 문예잡지까지 치면, 통산하여 펴낸 책이 좋이 백권은 됨즉하다. 서당 개 노릇 3년에 시를 짓는다는 말이 있지만 55년의 시의 길을 제대로 착실히 걸어온 필자는 좀 뭣한 말로 문예(시·수필)뿐 아니라, 가요(대중가요·고전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어 노래를 들으면 노래의 에센스가 무엇인지 곧바로 파악이 된다.
배호 가수(1942년~1971년)가 생전에 250여 곡을 불렀는데, 배호 가수의 대표곡은 ‘파도’라는 걸 바로 알아냈다. ‘파도’는 이인선이 노랫말을 짓고, 김영종이 가락을 붙였다. ‘파도’는 노랫말도 아름다운 시요, 가락도 감동을 주는 멜로디다. 한 말로 하면 ‘파도’는 완성미를 자랑하는 성공한 음악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다.
시인들도 좋은 고품질의 시를 남긴 시인들이 최근 발견되어, 내 가슴에 기쁨을 더해주었다.
잘된 예술작품을 감별(구별)하는 지름길은 예술전반에 상당한 소양이 있어야 하고 고도한 예술감각이 필수적이다. 감별능력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고, 평생을 살면서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다.
이번 글에서는 시인 이은상 선생의 시어(詩語)도 살아 숨쉬고, 감각도 참신한 명시조 2편을 애독자와 함께 살펴 볼까나.

사랑 / 이은상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쓰올 곳이 없소이다.

반 타고 꺼질진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 남으로 있으시오.
탈진대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1931. 12. 그믐밤)
(덧말)내가 잘 아는 수준 높은 독신주의자 K씨가 가장 애송하는 시다.(김시종)

이 마음 / 이은상
거닐다 깨달으니 몸이 송림에 들었구나
고요히 흐른 달빛 밟기 아니 황송한가
그늘져 어둔 곳만을 골라 딛는 이 마음

나무에 몸을 지혀 눈감고 걷노랄 제
뒤에서 나는 소리 행여나 그대신가
솔방울 떨어질 때마다 돌려보는 이 마음
(1931. 10. 13. 금화산)
(덧말) 국민행복 지수를 높여 드리기 위해 산더미같이 쌓인 시집속에서 이은상 선생의 시조집 ‘가고파’를 발견하고, 쉽사리 ‘사랑’과 ‘이 마음’을 재발견 하고 지레 행복감에 젖는다. 이은상 선생님은 현대시조의 대표시인임을 실감한다.(김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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