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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45시집 ‘인연’ 유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6.28 15:39 수정 2021.06.28 15:39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올해(2021년)는 필자(나)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문단에 오른 지 55년이 되고, 연치(나이)도 팔순이 되고, 그간 시 창작활동을 정리해야 될 절묘(절박?)한 시기가 됐다.
때맞추어, 나의 44시집격인 시선집 ‘삶의 의미’를 1970년대 말 산북중학교 애제자인 안경희 수필가가 자진하여, 2년간 산고(産苦) 끝에 참하게 엮어 헌정했다.
안작가가 엮은 ‘삶의 의미’는 청소년 독자 위주로 엮어, 나의 진면목인 익살과 기지의 시를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뜻밖에 시선사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에 82번째로 참여 기회를 주셔서 나의 진정한 시세계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
시선집 ‘삶의 의미’를 정성껏 엮은 제자 안경희 작가님과 시선집 ‘인연’을 내주신 시선사 사장님께 큰 절을 올린다.
나의 진면목인 익살과 기지로 초만원인 시선집 김시종 45시집 ‘인연’을 일별하고자 한다.
김시종 시집 ‘인연’은 내용이 시 1부·2부·3부·4부의 시 70편과 시집 말미에 시인의 산문 ‘비결은 없다’ 1편이 실렸다.
이 시집에 실린 ‘간산’ 등 70편이 수준이 고른 거의 우수작만 실려, 이 땅에 이런 시인도 살고 있구나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받는 독자들도 다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70편의 시는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부드러운 숨결로 친밀하게 다가올 것이다.
김시종의 시는 비판을 하더라도 부드럽게 접근하여, 전혀 이질감이 없이 쉽게 수용이 될 것이다. ‘부드러운 저항’이란 말을 독자들은 느끼시게 되리라.
4부로 구성된 내용에서 비교적 짧은 시를 한편씩 골라 소개할까 한다.
<1부/ 도로고 >
도로고(道路考) - 김시종

포장된 도로 밑에는
많은 돌들이 감금되어 있다.

아스팔트를 밟으면
폭신한 느낌뿐.

강경한 돌의 감촉을 느낄 수 없다.
(월간문학 1974년 12월호)

< 2부 / 아침나무 >
아침나무 - 김시종

안개 바다 속으로
나무가 침몰해 가고 있다.

처절히 손을 흔들며
침몰해 가고 있다.

안개는 나무의
뿌리를 적시지 못한다.

다만 잎들만 몽롱하게 할뿐이다.
( 시문학 1980년 8월호 )
< 3부 / 아카시아꽃 >
아카시아꽃 - 김시종

때 묻은 동정처럼
겉으론 추레해도

바람에 밀려오는
향기가 그윽하다.

나비도 하얀 나비만
꽃을 알고 사귄다.
( 여성동아 1970년 8월호)

< 4부 / 농촌 근황 >
농촌 근황 - 김시종

요즘 농촌에는
하도 사람이 없어

모는 기계가 심고
논매기는 황새가 한다.

황새가 사람처럼 흰옷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논을 맨다.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82 ‘인연’
시선사, 초판 발행 2021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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