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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반려학개론] 마이크로칩이 그림자 정부 음모라고?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8.02 19:05 수정 2021.08.02 19:05

윤 신 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문제가 ‘들개’다. 고의로 버려졌거나(유기), 집을 나왔다 돌아가지 못했거나(유실) 이런저런 이유로 거리에서 살게 된 개들이다.
이들이 다른 개나 고양이, 야생동물, 심지어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근래 사건이 지난 달 10일 밤 대구 동구에서 벌어졌다. 집 근처를 산책 중이던 여성과 포메라니안 종 반려견을 들개가 공격했다. 이를 목격한 격투기 선수(킹덤주짓수 복현 소속 로드FC 프로파이터 정원희)가 용감하게 달려들어 들개를 제압해 여성은 구했으나 반려견은 끝내 희생되고 말았다.
물론 ‘길냥이’가 야기하는 문제도 적잖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몸집이 작아 최소한 사람을 직접 해코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동물을 학대하는 일부 사람에게 좋은 먹잇감이 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거리의 동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선 식별 장치’다.
구조한 들개나 길냥이의 식별 장치에 센서를 대면 그 동물의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름, 생년월일, 성별 등과 함께 반려인 이름, 연락처 등이 뜬다. 지방자치단체의 ‘반려동물 등록’과 연동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도난이나 유실로 잃고, 한동안 망연자실했을 반려인이라면 구조 소식에 맨발로 달려와 감격의 재회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의로 내다 버린 사람이라면 어떨까? 처벌 여부를 떠나 그 반려동물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천벌’일 수 있다. 생각만 해도 통쾌하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반드시 모든 반려동물에 대해 등록이 이뤄지고, 식별 장치로 ‘마이크로칩’이 몸에 내장돼야 한다.
반려견만 한번 보자.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주택·준주택에서 2개월 이상 된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은 소유권을 취득한 날 또는 소유한 동물이 등록 대상 동물이 된 날부터 30일 이내 등록해야 한다. 이때 체내에 삽입하는 ‘내장형’, 목걸이 등 형태로 부착하는 ‘외장형’ 중 하나를 식별 장치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칩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부터 “전 세계 인류에게 마이크로칩을 심으려는 그림자 정부가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에 대해 먼저 시행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내장형 식별 장치인 마이크로칩 장착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주장은 아직도 있다.
마이크로칩은 이름처럼 정말 작다. 물론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반려견이 몸에 심고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 지가 십수 년이 됐고, 필자는 그보다 오래전부터 시술했으나 마이크로칩으로 인해 반려견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필자가 아는 한 하나도 없다. 만일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임상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나 수의사가 아닌 사람, 그러니까 반려동물 등록 대행업체 직원 등이 시술하는 경우였을 것이다.
마이크로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안으로 목걸이 등에 대신 탑재하는 외장형을 추천한다. 일부 대행업체들도 이를 홍보·판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게 가능할까?
지구상 어느 독재 국가도 국민에게 함부로 마이크로칩을 심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명분’이 없어서다.
모든 사람에게는 신분증이 있고, 다들 이를 소지하고 다닌다. 신분증을 분실해도 거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외우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다. 요즘엔 음식점 들어갈 때 찍는 ‘QR코드’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본인 식별을 위해 마이크로칩을 몸에 넣겠다고 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려견은 신분증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다. 외운다고 해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이크로칩 내장이 필요하다. 유실이라면 몰라도 도난, 유기라면 그 목걸이가 얌전히 있을 턱이 없다.
마이크로칩 내장 위치도 혈관이 아니라 피하다. 혈관을 타고 심장이나 뇌에 가는 일은 전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각 지자체도 목걸이가 분실·훼손될 것을 우려해 내장형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건강에도 해롭지 않고, 더 안전하고 확실한데 마이크로칩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마이크로칩은 그림자 정부의 음모가 아니라 반려견과 늘 함께하며 지켜줄 든든한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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