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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비결은 없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9.05 18:37 수정 2021.09.05 18:37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남들이 필자에게 자주 묻는 말이 ‘시 잘 짓는 비결이 무엇이냐?’이다. 오죽 답답하면 필자 같은 화상에게 시 잘 짓는 비결을 묻겠는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묻는 사람보다 필자가 더 답답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시 잘 짓는 비결은 달리 없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이다.
시를 잘 짓자면 국어 공부만 하고, 골치 아픈 영어나 수학 공부는 멀리해도 되겠거니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고층 건물을 짓자면 기초를 넓고 튼튼하게 다져야 하듯, 초·중·고 시절엔 교과 전반에 걸쳐 확실한 기초를 닦아 놓아야 한다.
본격적인 문학수업은 대학에 가서 진지하게 파고드는 것이, 문학에 접근하는 정도가 된다. 인격적 기초 없이는 예술적 심미안도 온전한 정서도 자랄 수 없다. 세상만사에는 하나같이 튼실한 기초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필자가 남들보다 문학하기에 유리한 조건은, 어려서부터 너무 가난하여 끊임없는 인생고(人生苦)를 겪어오면서 깊이 있는 삶을 살아, 인생고야 말로 문학의 스승이 되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극심한 가정 빈곤, 육체적 쇠약, 정신적 방황 등 극도의 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심각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성경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총체적 부진과 부실을 나의 힘으론 도저히 극복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신(神)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성경 읽기’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헐한 꼬마 성경을 구입하여,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두 장씩 도합 4장을 읽었다. 성경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게 되었다.
신약성서와 구약성서, 성경전서를 고등학교 3학년 시절(1959년 3월)에 최초로 일독(一讀)을 마쳤다. 성경은 문학 소년이던 필자가 그 때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경이롭고 보배스런 고전(古典)이었다. 성경을 독파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고 매사에 의욕이 샘솟았다.
성경을 읽으면서 18세의 필자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발견하게 되는 새 삶을 얻게 되었다. 인생고 해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성경일기가 나의 행로에 밝은 등불이 되어 주어, 실패를 딛고 일어나 성공을 향해 차츰 나아가게 됐던 것이다. 문학을 하든 다른 학문을 하든, 성경전서를 필독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독파한 성경을 만 72세를 넘긴 지금까지 ‘신약성서 73독(2007.1.12.), 구약성서 22독(2006.11.13)’을 하였다. 성서의 분량은 신약 505쪽, 구약성서 1,597쪽이다. 문학 지망생의 경우 성경을 읽으면 건전한 인생관이 확립될 뿐더러, 예술적 영감도 용솟음치게 됨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필자는 시 창작을 유발하기 위해 매일 가요감상을 잊지 않는다. 가요 감상의 양습(良習)은 필자의 20대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반세기를 이어오고 있다. 좋은 가요를 반복해서 감상하면, 시적 리듬이 몸에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어, 시를 지으면 시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되기 마련이다.
동서양의 명곡, 한국의 감명 깊은 노래를 들으면, 감정이 유연해져서 시적 감흥을 촉발시켜 좋은 시를 잘 지을 수 있게 된다.
필자는 1942년에 태어났는데, 이 때 처음 등장하여 나와 동갑인 ‘찔레꽃’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 중의 하나로 KBS가요무대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나 하나의 사랑’, ‘봄날은 간다’, ‘바닷가에서’, ‘비 내리는 고모령’, ‘울고 넘는 박달재’, ‘목포의 눈물’, ‘나그네 설움’ 등을 지금도 수시로 감상하고 있다. 1941년 7월에 26세로 요절하신 선친은 ‘강남달’을 애창하셨단다. 요사이도 가요무대에 ‘강남달’이 흘러나오면 얼굴도 모르는 선친을 뵙는 듯 반가운 느낌이다.
첫머리에서는 시 잘 짓는 비결이 없다고 단정했지만, 절실한 인생고, 착실한 교과수업, 성경읽기, 가요 감상 등이 시를 짓는데 일조(一助)할 것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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