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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문화/건강

400년 전 문경사회 볼 수 있는 일기 번역본 출간

오재영 기자 입력 2022.01.03 14:02 수정 2022.01.03 19:10

월봉 고인계의 ‘월봉일록(月峯日錄)'


문경의 당시 문화뿐 아니라 경북북부지역의 당시 생활사를 알수 있는 책이 출간 됐다.

1611년~1635년까지 25년간 문경의 선비가 쓴 일기 ‘월봉일록(月峯日錄)’ 번역본<사진>.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좁섭)이 ‘일기국역총서 34’로 출간한 이 책은 문경의 사족(士族)인 개성고씨 안항문중의 월봉(月峯) 고인계(高仁繼) 선생이 쓴 것이다.

1564년(명종19) 문경 영순 왕태동에서 태어난 월봉 선생은 29세인 임진왜란 때 고상증, 고상안, 황시간, 채득강 등 문경의 여러 선비들과 의병활동을 펼친 인물로 팔공산회맹록(八公山會盟錄)에도 올라있다.

의병 참여 후 42세인 1605년 증광시(增廣試) 진사과에 급제, 1606년 43세에 식년문과 을과에 급제해 1609년 46세부터 관직에 나갔다.

관직에 나간 약 2년 뒤 1611년 1월 1일부터 ‘월봉일록’을 쓰기 시작했는데, 일기에는 1611년(광해군 3)에 있었던 정인홍(鄭仁弘)의 회퇴변척사건(晦退辨斥事件)과 그 여파, 즉 성균관 유생들의 공관(空館)사태, 정인홍을 ‘청금록(靑衿錄)’에서 삭제한 일, 팔도 유생들이 정인홍을 탄핵하는 상소를 계속 올린 것 등이 비중 있게 기록돼 있으며, 여기에는 문경, 상주, 안동지역의 선비사회 동향도 기술돼 있다.

또 월봉 선생이 한양을 오고갈 때 여정(旅程)과 여로(旅路)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당시 교통사 연구, 특히 역원제도(驛院制度)를 살펴 볼 수 있다.

아울러 수많은 지명을 기록해 경상도 북부지역의 지명사 연구에도 자료가 충분하며, 향촌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역할도 엿볼 수 있다.

문경, 상주, 용궁에서 활동하면서 서원과 향교에서 강의하고, 백일장을 열고, 향사(享祀)를 주관했으며, 문경의 미면사, 대승사, 운봉사에서 개최하는 집단적 학습활동과 연중행사 글짓기 경연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영빈서당을 중심으로 향약을 실시하는데도 깊이 관여한 부분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선비들 사이에 보내는 선물로 부채가 많았고, 생선과 종이, 먹도 주요 선물품목에 꼽혔으며, 선비들이 천렵(川獵), 화전(花煎)을 즐겼던 모습도 볼 수 있다.

자기 집에서 부리던 종이 도망해 뒤 쫒아가 잡아 온 일, 자신의 종에게 봉변을 당하고 긴급 피난해 온 친구의 이야기도 있다.

61세 때인 1624년 충청도 도사에 임명돼 10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호중잡영(湖中雜詠)’이라는 기행 시 80수를 남겨 당시 충청도 여러 지역의 명승고적, 동헌, 누정, 역참을 엿볼 수 있다.

책은 한국국학진흥원 신상목(申相穆), 장재석(張在晳), 조천래(趙千來) 고전국역위원이 번역했고, 2021년도 문화체육관광부 국학진흥정책기반조성사업비 지원으로 발간해 비매품이며, 가로 160mm, 세로 233mm에, 딱딱한 종이 표지로 455쪽이다.오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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