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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포항, 대규모 아파트 공사현장서

이혜숙 기자 입력 2022.04.10 15:09 수정 2022.04.10 15:09

신라시대 유물 1200여 점 출토
온전한 형태 유물 발견 가능성 커
인근까지 범위 넓혀 조사 지적도

↑↑ 지난 8일 오후 '포항대잠 더샵힐스테이트' 공사현장인 포항 남구 대잠동 산81-1 일원. 문화유적 발굴조사가 진행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포항시 제공>

포항의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매장 문화재 1200여 점이 출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21일~올 3월 31일까지 포항 남구 대잠동 산81-1 일원에서 진행된 문화유적 발굴조사 결과 총 1216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이곳은 포항 상생공원(구 양학공원)조성사업 부지로, 포스코건설과 현대힐스테이트의 합작품인 '포항대잠 더샵힐스테이트' 2667가구가 들어 설 예정이다.

문화유적분포지도에서 '대잠동 고분군'으로 표기된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5~6세기 신라시대 유개고배와 대부장경호 등 토도류 1149점과 이식, 철모, 철검 등 금속류 6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굴·조사기관인 (재)서라벌문화재연구원은 약 3개월간의 시굴·정밀조사 이후, 전문가들이 참여한 학술조사회의를 통해 매장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문화재청은 출토된 문화재들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록 보존'하기로 했다.

한편 포항 북구 학잠동 산44-1 일원에도 현재 문화유적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7일~오는 20일까지 조사가 예정돼 있으며, 현재까지 삼국시대 토기 등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 역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GS건설의 '포항자이애서턴' 1433가구가 오는 2026년 5월 완공 예정이다.

발굴기관인 (재)세종문화재연구원 측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발굴되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구역에서 1000여 점이 넘는 유물·유구들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삼국시대 고분군은 오래전부터 도굴꾼들에 의해 도굴이 많이 돼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 같은 대량의 매장문화재들이 발굴된 지역이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기 이전에는 모두 나무가 우거진 숲 또는 산지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특성상 도굴꾼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은 온전한 매장문화재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대잠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상당수가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통일신라시대에는 '장례를 후하게 치른다'는 의미의 후장 풍습에 따라 유물을 무덤에 많이 넣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문화재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발굴조사연구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요새 고분을 파보면 이미 도굴꾼들이 다 휩쓸고 지나간 게 많다"며 "도굴꾼들은 봉토된 곳을 찾아다니면서 도굴하기 때문에 땅 속에 있거나 평평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유물 상태 등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사업 일부 부지로 한정된 조사구역을 주변으로 넓혀 문화재 발굴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많은 양의 문화재들이 땅 속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조사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사전에 지표조사를 실시한 이후 현재의 발굴조사로 연계된 것"이라며 "문화재청에서 사안을 검토해 완료 조치가 내려온 이상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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