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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천 “박정희 전 대통령 가짜 글씨 전성시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25 21:07 수정 2016.07.25 21:07

'미술품 감정 비책' 출간'미술품 감정 비책' 출간

"전화기 너머, 지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시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서예 작품을 봤는데 그것이 2007년 서울옥션에서 고가에 판매된 작품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는 글씨에 먹이 묻지 않는 부분까지 똑같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전시하는측과 서울옥션에 각각 문의했더니 모두 자기 작품이 진짜라고 주장했다고 지인이 덧붙였다."2007년 제 107회 서울옥션 경매에서 5500만원에 낙찰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서하는 국민' 휘호 이야기다. 당시 이 휘호를 본 이동천 감정학 박사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 사기꾼과 중국 위조 기술의 합작품이란 느낌을 받았다".'독서하는 국민'은 '독서신문 창간에 즈음하여' 1970년 11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이 쓴 글씨다. 하지만 5500만원에 팔린 '독서하는 국민'에는 '독서신문 창간에 즈음하여'라는 말이 빠져있다.이 박사는 '진실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가짜'라는 것이지만 어쩌면 '둘다 가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그는 '독서하는 국민'은 '독서신문 창간에 즈음하여' 1970년 11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쓰인 글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시장에서 직접 봤는데 '영인본'임이 확실했다고 주장했다. 영인본은 진본을 찍은 사진이다. 크기를 실측해보니 가로 39.7cm에 세로 18.4 cm로 A4용지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경매에서 팔린 휘호는 가로 80cm, 세로 38 cm로 영인본보다 두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 박사는 "설마 대통령이 이 정도 종이에 작품을 남겼을 것 같지는 않다. 날인된 도장 크기만 봐도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작품들은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딸이 아버지의 작품을 잘 알아볼 것이라 판단해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된 딸이 아버지의 위작과 위조꾼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도 잠시 위작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탐색기를 끝내고 이때다 싶어 기회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2013년 K옥션에 출품된 '강물이 깊으면 물이 조용하다'(추정가 800만~1500만원)도 한눈에 봐도 가짜이고, 같은해 마이아트옥션에 나온 박 전대통령이 1964년에 썼다는 '순국청혼'도 가짜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서명 부분만 비교해도 가짜임을 쉽게 알수 있다"면서 "위조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의 한자 서명 습관 2가지를 전혀 몰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 가짜 글씨 전성시대'라며 "박 대통령의 서예 작품에 관심을 가진 감정가라면 어느때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기"라며 감정가에게 화살을 겨눴다.이같은 내용은 그가 최근 출간한 '미술품 감정 비책'에 명명백백게 담았다. 이동천 박사는 최근 천경자의 '뉴델리'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해 또다시 미술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이다. 이 책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부터 천경자의 위작까지 담고 위작인 근거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작심하고 출간한 듯한 이 책은 '위조하기 좋은 나라, 사기와 오류를 방조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작심하고 고발한다.이유가 무엇일까. 이 박사는 "박물관도 미술관도 전문가도 위작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 중국에게 돌아가, 국내 미술품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로 자신을 회유했다고 밝혔다.'미술품 위작'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그는 "미술품 위작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위조하기 좋은 나라"라고 했다.그는 2008년부터 천원권 지폐 뒤에 실린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졸렬한 가짜라고 했고, 또 김정희의 '향조양란'이 김정희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극찬하는 김홍도의 단원풍속수첩에 실린 그림 중 상당수가 위작이라고 했다. 이쯤되면 이 책 '미술품 감정 비책'은 미술시장에 폭탄같은 책이다. 이동천 박사는 중국 최고의 감정가로 알려진 양런카이 선생에게 사사한 국내 유일 감정학 박사다. 고서화뿐만 아니라 종이, 비단,안료, 표구 미술품 복원에 이르기까지 감정에 필요한 모든 지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지식과 배경을 바탕으로 국내의 국공립 미술관과 권위 있는 민간 미술관에 걸려있는 가짜들과 경매시장에서 수억 혹은 수십억에 거래되는 위작들의 비밀을 모두 공개했다.못믿을 미술품. 그래서 그는 '감정가 실명제'를 제안한다. "자신이 감정한 작품에 최소한의 책임을 지자는 아주 상식적인 제안이다. 새롭게 만든 것도 아니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라는 것. 그는 대한민국 미술품시장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며 "대한민국 미술시장을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놓아두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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