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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다문화가족 백일장

오재영 기자 입력 2022.09.19 08:00 수정 2022.09.19 08:24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


이만유

제1회 다문화가족 백일장 모습.

2014년 3월 24일 문경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제7대 회장 취임식이 있었다. 어느 지역보다 먼저 어려운 여건에서 문경문학의 빗장을 열고 반세기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문경땅에 문학의 꽃을 활짝 피우게 한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선배 문인과 현재 활동하고 계신 선후배 문인들 앞에 부족한 사람이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거웠었다.

그때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 고심하여 임기 내 실현할 것들을 취임사에서 밝혔는데 요약하면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다. 문화예술이 가진 힘은 무한하며 물질, 기술만이 자원이고 가치생산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학을 포함한 문화예술은 무형의 자산이고 인류에게 삶의 지혜와 행복을 가져다줌은 물론이며 무한한 재화를 창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문학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즐거움과 깨우침을 주는 문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문경문인협회는 문인들만의 문협이 아닌 시민 가까이 다가가 함께하고 소통하여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문협이 되도록 하자고 호소하면서 첫 번째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문학을 통한 문경의 명소, 명품창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향토의 역사, 문화, 전설, 설화, 민요 등 문화자산과 오미자, 사과, 도자기 등 농특산물을 주제로 한 시를 창작하여 문학의 힘으로 문경 홍보 및 명소, 명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방자치 시대에 부응하여 문경시를 주제로 창작한 작품을 공모하는 특색 있는 문경문학상을 제정하도록 하겠고, 시비공원도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으며 시낭송분과의 활성화와 문협회원이 시낭송가가 되도록 하고 가을 정기 시낭송회 시 기관장님들 외에 어린이, 학생,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토록 하여 시민과 함께하도록 하겠다. 또 시극의 주제와 스토리를 우리 지역의 전설, 설화를 극화하여 문경의 정체성 확립 및 문화를 창달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 ‘다문화가족 백일장’도 추진해 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필자가 문경문인협회 회장 임기 동안 ‘문경문학’과 ‘백화문학’ 문예지 발간 등 관례적이고 통상적인 사업 외에 역점을 두고 새롭게 추진한 특별한 사업은 첫째 위에 언급한 ‘문학을 통한 문경의 명소, 명품창조 프로젝트’이고 둘째가 ‘다문화가족 백일장’이다. 이 두 사업은 지금까지도 문경문협의 중요사업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럼, 오늘의 주제인 ‘다문화가족 백일장’추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시 문경시장님에게 면담을 요청,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여 지원을 얻어내었고 마침내 2015년 11월 21일 ‘문경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가슴에 담긴 말을 글로 쓰세요.’라는 주제로 ‘제1회 문경시 다문화가족 백일장’을 개최하였다. 

그 당시 다문화가정은 420여 세대에 자녀 수가 450여 명, 그중 학생 수가 200여 명이었다. 여기에 배우자, 부모 등 가족들을 모두 합하면 1,500여 명이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 다문화가족과 연을 맺고 있는 친척들까지 포함한다면 1만 명이 넘고 결과적으로 이분들은 문경시 8만 시민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고 보면 다문화가족은 우리 문경시에서 아주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고 필요한 인적 자원이었다.

학생 수 미달로 폐교 위기에 처한 농촌학교가 유지될 수 있었고 초 고령화된 농촌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농촌 마을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어 생기가 넘치고 문경이 젊어지고 활력이 늘어났다. 그리고 인구 증가가 우리 시의 지상목표인데 현재 이를 충족시키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귀농 귀촌 인구의 증가와 젊은 다문화가족의 출산이므로 이 또한 이바지한 공이 크다고 하겠다.

문경문인협회가 다문화가족 백일장을 개최하는 뜻은 이분들이 환경과 풍속이 다르고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쌓인 애환을 글로 토로케 하여 응어리진 마음을 치유하게 하고 건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하자는 데 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도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대상이며 이웃임을 인식하게 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지역사회발전에 함께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을 읽고 쓰고 자기의 뜻을 정확히 표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백일장 개최는 언어가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글 제대로 배우기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보겠다.

그래서 그날 백일장에 참여한 분들께 지금까지 배운 한국어 실력을 마음껏 펼치시고 뽐내보세요. 그리고 가슴에 담긴 사연을 글로 써서 막힌 것이 있으면 뚫고 쌓인 응어리가 있다면 풀어내시기를 바라며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일 시상을 위해 심사하는 동안 즐거운 한때를 보냈는데 정희열 향토 가수의 공연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바탕 어울림이 있었고 각자의 장기자랑과 애창곡을 부르며 즐거운 시간 속에 모두가 한 가족 같은 느낌으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그날 백일장에서 수상한 결혼이주여성이 쓴 작품 중에는 ‘가정을 위해 일터를 향해 어두운 새벽 속으로 사라지는 남편을 바래다주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보 사랑해요.’라고 혼자 중얼거렸다는 애틋한 마음의 표현과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말도 부족하고 솜씨도 없지만, 가르치고 도와주세요. 잘할게요. 사랑해요.’하는 고민을 말하기도 했으며 ‘이 땅에 작은 민들레 홀씨로 떨어진 나는 민들레꽃, 지나는 길손들의 발길에 밟힐지라도 꽃이 되어 웃으며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지향하겠다.’라는 ‘민들레의 꿈’을 노래하기도 하였다.

또 자녀들이 쓴 글에서는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 아버지는 한국 사람, 나는 반반인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우리 집이 좋아요.”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내가 싫은 것은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하루빨리 이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가 되는 것들이 해소되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차별 없는 보통의 삶이 영위되길 기원했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시민들에게 드릴 말씀은 풍속도 기후도 문화도 음식도 말도 다른 문경에 보금자리를 튼 결혼이주여성과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을 우리와 다른 남이 아닌 똑같은 우리라고 생각하고 그분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아주어 함께 손잡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렇게 다문화가족 백일장을 무사히 마치고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처한 현실과 생각, 고민, 고뇌, 갈등, 꿈과 희망, 의지, 아픔, 고난의 삶, 희로애락, 살아가는 지혜,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 진실과 사랑 등을 담아낸 글들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문경문인협회가 발간한 백화문학 제43집에 수록하였다. 그 후 이 글의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이 일게 하였다.

시인이란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시인이란 납으로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다.’ ‘사막에서 장미를 키우는 사람이다.’‘시인은 모름지기 권위 앞에서 머리를 수그린다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고 시인이 다소곳해야 할 것은 삶이다.’라고 했다.

우리 문경 문학인은 ‘다문화가족 백일장’을 계기로 따스한 가슴으로 이웃을 보듬으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문학인으로서 8만 시민들과 문학을 통해 소통하며 지역발전과 행복한 문경,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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